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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시선집중-AI 확산 피해 ‘눈덩이’처럼 커져

살처분 가금류 ‘1900만 마리’ 넘어…역대 ‘최고’
정부 초기대응 실패 등 총체적 부실 지적 잇따라
현장 “AI 피해 막기 위한 특단 대책 마련 중요”

전국 사육 닭·오리 16526만 마리 중 12%가량 사라져오리·산란계 피해 커

정부 역대 최고 피해 상황서 안일한 판단으로 위기상황 인식하지 못해 화 키워

오락가락한 방역당국 대책 혼선 더욱 가중컨트롤타워 부재로 사태 수습 더뎌

좁은 공간에서 많은 양 가축 사육 질병 발생 손 쓸 방법 없어 시스템 개편해야

(한국농업신문=이은용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지 한 달 만에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퍼지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어 방역당국과 생산농가, 관련업계 불안감과 우려가 더욱 커져 가고 있다.

특히 이번 AI는 역대 최단 기간, 최대 피해를 일으키고 있어 한 달여 만에 전국적으로 살처분한 가금류는 1900만 마리를 넘어 서고 있고, 이로 인해 계란 가격은 요동 치고 산란계 사육 기반이 흔들리면서 내년 수급상황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살처분 규모 2000만 마리 육박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닭·오리 16686000마리가 살처분 됐고, 2422000마리가 살처분 진행 중에 있다. AI 발생 한 달 만에 살처분 규모가 19108000마리로 20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으며, 9월 기준 전국에 사육 중인 닭·오리가 16526만 마리(15649만 마리, 오리 877만 마리)라는 점을 감안, 12%가량이 사라졌다.

이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지난 2014(1400만여 마리)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이에 방역당국은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백신 사용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지만 정부의 안일한 판단과 조치로 인해 확산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방역 체계 개선 못해 사태 악화

무엇보다 이번에 번지고 있는 AI 감염 속도가 빠르고 조류에 치명적인 상황에서 AI는 계속 변이되고 강해지고 있는데 방역당국의 방역 체계는 개선되지 못하고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게 현장의 분석이다.

AI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마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와 큰 피해를 주고 있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안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는 역대 최고 피해가 확실치 되는 상황에서도 안일한 판단으로 위기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해 화를 더욱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방역당국은 상황 판단을 신속히 해 위기경보 최고수준 단계 상향을 지난 15일이 아니라 더욱 빨리 취해 상황 악화를 막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일본의 경우 지난달 21일 야생조류 분변에서 AI가 검출되자 바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려 방역 작업에 들어간 점을 봤을 때 우리의 대응방식이 얼마나 안일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위기경보 심각 단계로 빠르게 조정했어야

한 방역전문가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방역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재빠르게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올리고 특단의 대응을 강구해야 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지나치게 안일했다. 또 한 번 정부의 재난 대응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본은 총리가 즉각 연락센터를 설치해 적극 대응하는 등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재빠르게 조치를 취해 나가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우리 정부의 경우 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상황이 더 사태를 악화 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방역 전문가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총괄할 범부처 합동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농식품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가축질병방역대책본부를 운영하지만 직제상 타 부처를 지휘할 위치에 있지 않아 일사불란한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컨트롤타워 부재가 원인을 더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재난 지휘 체제도 제대로 작동 안 돼

실제로 정부의 조류인플루엔자 긴급 행동지침에는 가축전염병 등을 포함한 사회적 재난의 최종 컨트롤타워는 자연재해와 마찬가지로 국민안전처 장관이 주관하는 중대본으로 돼 있다.

또 중대본이 구성되면 농식품부가 운영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가축질병방역대책본부에서 대응상황을 보고받은 뒤 환경부와 경찰청 등 12개 유관기관을 지휘하게 돼 있지만 이런 기능이 여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와 함께 오락가락한 방역당국의 대책도 혼선을 더욱 가중시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AI에 대한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지난 15일에 AI 확산을 막기 위해 유통을 금지시켜온 살아 있는 닭의 유통을 허용했다는 이중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방역당국은 토종닭을 키우는 농가들이 닭을 출하하지 못해 불만을 표시한 데 따른 조치로 공문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에 내려 보내 유통시켰지만 곳곳에서 이의 제기가 들어오자 농식품부는 지난 17일부터 다시 유통을 금지시키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탁상행정도 확산 더 키워

김병욱(민주당, 성남시 분당을)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상 최악의 AI 확산 사태로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서 지난 15살아 있는 닭의 유통을 허용하는 공문을 59개 중앙부처 및 지자체에게 발송한 농림축산식품부의 탁상행정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성남시 모란장의 경우 상인 2000, 하루 이용객이 10만 명인데 이곳에 AI 산닭이 유통될 경우 AI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로 커지게 된다농식품부가 비상시국에 감염병에 대한 상식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조속히 당정협의를 추진해 AI확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각 지자체 인력 부족으로 살처분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로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살처분이 24시간 안에 이뤄져야 하는데 일주일 이상 지체되는 곳이 나오고 있고, 이에 뒤늦게 농식품부가 검역본부 등 산하기관과 협업해 세종, 경기 안성·여주, 충남 천안 등 4개 지역에 이른바 ‘AI 기동방역 타격대’ 143명을 도살처분 작업에 투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늦장 대응이라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 대처도 미흡방역 부실 이어져

아울러 지자체의 대처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AI 발생·인접 시군의 방역 상황을 감찰한 결과, 11개 시군에서 방역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I가 처음 발생한 전남 해남군은 발생 확인 이후 서류에는 군 내 방역대책본부 설치를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거점소독시설도 발생지에서 20나 떨어진 축산시설에 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취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방역전문가는 중앙정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상황을 막기에 급급한 대책을 피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도 부족한 지자체 상황은 어떠하겠는가라고 지적하며, “지자체 방역이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이번 AI확산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번 AI확산 문제는 최고조에 이르러 피해규모가 엄청나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손실 비용 최대 14770달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역대 최고 속도의 AI 확산과 경제적 피해에 따르면 AI 발생 시 유발되는 직·간접적 기회손실 비용은 최소 약 4920억 원에서 최대 약 147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이번 AI는 주로 오리, 산란계에 집중돼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의 경우 벌써 75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 됐고 이중 35%는 산란 종계 물량이어서 사육 근간마저 휘청거리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여파에 따라 계란 가격의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계란 공급량 부족으로 인해 제한 판매에 들어간 곳도 있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더불어 AI 여파로 닭의 유통시스템이 중지되면서 닭고기 공급 차질과 소비자들이 닭고기에 대한 거부감 등 소비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중 대형마트에서 닭고기 소비 감소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AI 여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법적 제도적 장치도 재점검해야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현장을 중심으로 매년 되풀이 되는 AI 피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리와 산란계에 AI가 집중된 이유는 열악한 축사환경과 외부인의 출입이 잦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축산전문가는 우리나라 축사환경을 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는 상태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양의 가축을 사육하다보니까 질병이 발생하면 손을 쓸 방법이 없다면서 이런 사육구조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농가가 자발적으로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거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아직까지 농가들의 의식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농가 의식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강화와 교육을 더 철저히 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정부의 초기 느슨한 방역 행정과 허술한 보고 체계 등이 문제가 된 만큼 전반적인 방역체계 시스템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하고,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은용 기자 ley@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