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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년특집-쌀 산업 미래, 가공식품서 엿보다…1. 프롤로그

위기는 기회…수출확대·식품 다변화로 활로 열어야
국내 쌀 농가 ‘풍작·소비감소·가격하락’ 3중고 직면
대응책, 직불금 줄이고 타 작물 재배시켜 생산 축소
FAO “30년 뒤 식량위기 심각”…농지축소는 안 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한국 쌀 산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3년 연속 풍작으로 공급이 넘쳐나는데다 쌀 소비는 줄어 재고가 증가하고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쌀 직불금 축소 논의와 함께 논에 타 작물 재배 확대에 들어가는 등 쌀 공급과잉 문제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창고에 묵혀둔 쌀이 200만톤에 육박하는 가운데 식량안보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쌀 공급과잉에 대한 정부 대책이 생산 축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무역에서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화된다면, 식량의 자급자족에 실패한 나라는 상대국의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실제 국내 곡물 자급률은 약 24% 수준에 불과하다.

 

다행히 해외수출과 가공산업 활성화에 대한 모색도 진행되고 있다. 쌀 가공산업 시장은 201442000억원에서 내년 5조원에 다다를 전망이다. 위축된 쌀 농가들이 쌀 가공식품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풍작으로 산지쌀값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산지쌀값은 201480167000원에서 20151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작년 수확기인 10월 초 134076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얼마 가지 않아 12만원대로 또다시 주저앉았다. 쌀값이 13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1년만이다.

 

해마다 풍년을 기원하는 농심은 타들어간다. 쌀 농가들이 쌀값 걱정하느라 풍년을 두려워할 정도다. 전북 진안에서 55년째 농사를 짓는 유재원씨(70)한해 동안 자식처럼 가꾼 농산물에 대풍이 들면 흐뭇하지만 비료값을 못 건질 정도로 가격이 떨어지면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쌀 소비량은 매년 8만여톤씩 줄고 있다. 농민단체는 매년 해외에서 들여오는 쌀 의무수입량 41만톤도 쌀값 폭락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쌀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관세화 의무를 면제받았다. 이후 의무화를 두 차례 면제 받는 대가로 국내 쌀 소비량의 9% 수준인 409000톤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로부터 의무수입해 온 것이다. 그러다 2015년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한(쌀 관세화) 이후에는 의무수입량은 더 이상 늘어나지는 않게 됐다.

 

 

 

1인가구 증가·다이어트 열풍쌀 소비패턴 변화

쌀 소비가 감소하는 이유는 가족형태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핵가족화와 고령화에 따른 1인가구 증가, 맞벌이 가구의 일상화로 쌀 소비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역시 주 요인이다.

 

업무에 치중하느라 하루 한끼쯤 거르는 일이 예사이고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 때문에 적게 먹고 안 먹는 것이 미덕처럼 돼 가고 있다. 특히 쌀의 주요 영양소인 탄수화물은 다이어트의 적이라 불린다.

 

이렇게 많이 생산되고 적게 소비되는 가운데 쌀 재고량은 2015년 수확기 136만톤에서 2016175만톤으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정부 대책이 농지를 줄여 쌀 공급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는 직불금 축소와 논에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쌀 생산을 줄여 재고량을 해소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농업직불금 예산이 연평균 5.9% 증가하고 있는 반면 효과성에 비판이 제기된다며 농업직불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국가보조금을 주어 벼 재배면적을 차츰 줄이고 있다.

 

이렇게 2016년 벼 재배면적 2ha를 줄였으며 2018년까지 전체 재배면적을 711000ha로 줄여 쌀 재고량을 80만톤으로 줄인다는 것이 목표다.

 

곡물 자급률 24%, 해마다 2천만톤 해외서 수입

정부가 쌀 생산 줄이기에 골몰한 가운데 해마다 식량 소비량의 75%2000만톤을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약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위치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가뭄이 계속되고 30년 뒤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도달하면 심각한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게다가 식량 자급자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이 수출 제한에 나설 경우 상대국에 종속되는 식민지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 2007~2008년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해 일반 물가도 덩달아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발생했었다물론 쌀 자급률은 지난해 100%를 넘었다.

 

쌀을 제외한 밀(1.2%), 옥수수(4.1%), (32%), 보리쌀(23%) 등의 곡물 자급률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가뭄, 태풍으로 언제 흉년이 들어 식량위기가 닥칠지는 모르는 일이다.

 

더구나 쌀은 한국인의 주식인만큼 지금 풍족하다고 해서 안심하고 농지를 줄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김 호 교수는 식량 자급을 위한 농지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생산조정제를 통해 가공용·사료용 쌀로 전환해 재고를 줄이고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할 때 밀, 옥수수 등을 재배하도록 해 곡물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중국, 외국기업 인수로 부족 식량 확보

우리나라와 곡물 자급률이 비슷한 일본은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로 쌀 소비감소 돌파구를 뚫었다.

 

쌀로 만든 우유, ()가 불티나게 팔리고 쌀콜라, 쌀맥주 등 탄산음료와 기능성 음료를 속속 개발하며 쌀 소비 진작에 나선 것이다. 식량 자급률은 이미 40년 전에 달성했다.

 

1970년대 미국 곡물기업을 인수해 전체 곡물 수입물량의 90%, 이 기업을 비롯한 자국 종합상사가 맡고 있다. 대형 저장·유통 시설도 확보했다.

 

지난해 중국은 세계 3위 농약·종자 기업인 신젠타 등 글로벌 농업기업을 사들이며 안전한 식량조달 채비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2020년 곡물 자급률 목표치를 95%로 정하고 기업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도록 저금리 융자 정책도 내놓으며 지원공세를 펼치고 있다.

 

식량안보 정책을 체계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이들 국가와 한국의 농지축소 정책은 극명히 대비된다.

 

쌀 가공식품에 희망20185조원대 형성

우리나라도 쌀의 다양한 소비처 확대에 나서 활로를 모색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쌀 가공산업 활성화로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복지용·가공용·사료용 쌀 공급을 늘려 재고 줄이기에 진력한다는 방침이다. 수출확대에도 나서 작년 중국에 첫 수출을 개시하는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다.

 

지난달엔 우리 쌀 수출업체 오케이씨에스 주식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 수입 바이어인 사드 오스만 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중동 할랄 시장의 우리 쌀 진출 가능성을 부쩍 끌어올렸다.

 

쌀 가공산업 매출액은 201442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2018년까지 가공산업 시장을 5조원대로 키우고 쌀 가공품 12000만달러어치(한화 약 1452억원)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쌀 가공식품 프랜차이즈 창업 지원과 쌀 간편식을 직장인 아침식사로 할인판매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쌀 가공업체에 대한 의제매입세액 공제율도 음식점 수준까지 상향조정하기로 협의했다.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존재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 종합 조절기능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인석 농식품가치연구소장은 쌀에 대한 인식을 생산정책에서 소비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쌀은 반드시 형태로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