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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현장르포-‘천수만A지구’ 농민들의 ‘절규’

“모내기 해봤자 염도 때문에 모 하얗게 말라 죽어”
더 이상 ‘큰 비’ 안 오면 올해 농사 포기해야 할 판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실질적·항구 대책 세워 추진

“내 평생 농사지으면서 모내기 두 번 하는 것 이번이 처음…염해 피해 최고조 달해”

“6·7월 기상예보 큰 비 예보 없어…장마도 ‘마른장마’ 예측 가뭄 피해 커질 것 예측”

“지자체·정부 지원 농민 어려움 해결할 정도 아니다…농민 답답함·울분 커지고 있어”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 농민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해야”

(한국농업신문=이은용 기자)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 남부와 충남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강수량은 평년의 54%에 머물러 있고, 평균 저수율(47.4%)도 평년(60.4%) 대비 약 80% 수준이다. 특히 경기도와 충남 일부 지역은 평년 저수율의 50%에도 못 미쳐 심각한 가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안성의 현재 저수율은 14%로 평년 저수율인 4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고, 화성(현재 저수율 22%/평년 저수율 51%), 홍성(23%/56%), 서산(16%/56%), 보령(26%/52%), 예산(18%/48%) 지역도 저수율이 한참 모자란 상황이다.

특히 현재 농촌에서는 모내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충남 서산에 위치한 간척지 ‘천수만A지구’ 들녘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염해 피해로 모들 하얗게 타들어가

모내기가 진행될수록 새파랗게 들녘이 물들어야 하지만 이곳은 가뭄으로 인한 염해 피해로 인해 모들이 하얗게 타들어가고 있어 쌀 생산자들은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모내기를 했지만 모가 염해 피해로 생육이 안 돼 다 죽어가는 논이 이 지역 전체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농민들은 2차 못자리를 통해 두 번째 모내기를 하고 있지만 이달 말까지 큰 비(100mm)가 오지 않는다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실제로 이곳 주변의 저수지 등을 살펴본 결과, 물이 거의 없어 저수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랬고, 모내기 한 지역을 둘러보면 논에 심은 모가 활착을 하지 못하고 점점 말라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 이상 농사지을 수 없을 지경”

이곳에서 30년 간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 씨는 “6월 중순에 가까운 데도 파릇파릇하게 벼가 자란 논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모내기를 해봤자 염도가 높아 모가 다 말라 죽어 가고 있다. 새하얗게 말라 죽어 가고 있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절규했다.

그는 특히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처럼 비가 안와 물이 부족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물이 부족하니까 그나마 남아 있는 물의 염도가 높아져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지경에 빠졌다”고 한 숨을 내 쉬었다.

이곳에서 20년 간 농사를 짓고 있는 박 모 씨도 “내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모내기를 두 번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를 심으면 자리를 잡고 생육했는데 올해는 정말 어렵다”며 “지난달 하순에 모내기를 했는데 심은 모가 일주일도 안 돼 다 말라 죽었다. 그래서 2차 못자리를 통해 다시 모내기를 하려고 하지만 많은 비가 오지 않는다면 다시 심어도 다 죽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올해처럼 최악 상황 처음인 것 같아”

이곳에서 15년간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모 씨도 “지난 15년간 이곳에서 농사를 하고 있지만 이처럼 최악의 상황은 처음인 것 같다. 현재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모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염도가 너무 높은 상태여서 모내기하는 족족 모가 죽어나가고 있다”면서 “정말 이대로 간다면 농사를 포기해야할 지도 모른다. 정말 이곳에서 농사짓고 처음 겪는 일이라서 당황스럽고 애만 타들어간다”면서 “그래서 곳곳에서 기우제까지 지내고 있다. 하루 빨리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만을 바랄뿐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모내기를 한 곳(창리)을 찾았는데 벼가 생육하지 못한 채 하얗게 타 죽어가고 있었다. 이 창리 지역 뿐 아니라 천수만 지역의 논에 심은 모 대부분은 이처럼 생육을 하지 못한 채 타죽어 가고 있었다.

농민들의 지적처럼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지역은 간척지 지역이기 때문에 물이 어느 일정 비율 이상 없어지게 되면 염해 비율이 높아져 농업용수로 쓸 수 없게 된다.


논 평균 염 농도 6천ppm 이상 달해

현재 이곳의 염도 비율을 보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벼 생육이 되기 위해서는 토양 염 농도가 3000ppm 이상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그런데 현재 이 지역의 염 농도는 양수장 평균이 3700ppm이 넘고 있으며, 논 평균은 무려 최고 1만ppm이 넘는 곳도 있고, 평균 6000ppm 이상에 달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하순에 모내기를 한 논에서는 모들이 말라 죽어 가고 있는 상태인데 이곳의 농민들은 2차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을 갈아엎고 다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모내기를 두 번 하면서 손해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모 한판에 들어가는 비용(인건비 포함)은 1800~2000원 정도 들어간다고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2차 못자리 비용을 1300원으로 잡고 있어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자체에서는 못자리 비용도 50%밖에 지원을 안 해주고 있어 농민들의 피해가 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 ‘울며 겨자 먹기 식’ 다시 모내기

천수만경작자협의회 관계자는 “천수만 간척지에서 모내기한 농민 상당수가 다시 모내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차 모내기를 위한 못자리 주문이 속출하고 있는데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모내기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정도의 지원이 아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의 답답함과 울분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정부의 보상대책과 재해보험 등으로 농민들에게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농민들에게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하지만 농민들은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여러 이유로 많은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만 애기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나 지자체, 농어촌공사 등에서는 각종 법적 이유로 기존과 같은 방법을 통해 가뭄지원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 등은 특별교부세를 통해 가뭄대책비 지원을 하거나 간이양수장 설치와 하상굴착, 관정개발 등 농업용수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 가뭄 해결하려는 의지 보이지 않아

이에 현장에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항구적인 대책 마련도 세워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천수만경작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대책은 예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지원책에 불과하다. 이런 지원으로는 현장의 농민들을 제대로 도울 수가 없고 항구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그동안 정부는 눈앞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려고 지원책을 내놓고 실질적으로 가뭄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항구적인 대책들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차일피 미뤄 이런 가뭄피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이곳은 관리 수위가 낮은 상태이다. 배수개선사업을 하루 빨리 실시해 관리 수위를 높인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저수지 등에 쌓인 모래나 퇴적물을 준설해야 하고, 양수장이나 배수장 재정비사업도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들 “제대로 된 보상 해주길 바래”

이 관계자는 특히 “지금 상황에서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100mm 이상의 비가 꾸준히 내린다면 희망이 보이지만 기상예보를 봐도 이런 예보가 없어 절망적”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정말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곳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길 바란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면서 “가뭄대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금 상황으로는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더 이상 피해를 키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뭄대책비와 예산을 동원해 휴경제를 실시해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처럼 올해 6월과 7월 기상예보 상으로는 큰 비 예보가 없고, 장마도 마른장마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가뭄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현장에서는 현재 정부의 보상대책과 재해보험 등으로 농민들에게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농민들에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농민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해야”

천수만경작자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농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보상책은 너무 터무니없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하루 속히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가뭄피해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얼마만큼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요구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은용 기자 ley@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