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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명농업’ 갈 길을 알리다

복합영농, 유기농법으로 여전한 ‘전성기’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우리나라 쌀 산업은 몇 년 동안 침체기에 빠져 있다. 연속된 대풍과 쌀값 하락이 침체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갈수록 줄고 있는 쌀 소비량도 쌀산업 진작을 위한 해결과제로 대두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한해 막대한 예산이 직불금으로 나간다는 눈총을 받는 쌀 농민들은 세간의 의심처럼 마냥 손 놓고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길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생계가 달린 문제인만큼 스스로 쌀 판매량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농촌에서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수 십 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임영량 농민, 주형로 농민의 농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소 키우고 고추, 깨도 심는 복합영농 대세”
귀농 20년 임영량 쌀전업농전남 수석부회장
기업농 육성보다 ‘소농들 뭉쳐 규모화’ 해야

내년 회장 취임을 앞둔 임영량 쌀전업농전남연합회 수석부회장은 벌써부터 회원 단합에 역량을 집중시킬 각오를 다지고 있다. 회원 유대 강화, 친목 교류 확대는 회장이 될 임 수석부회장이 계획하는 중점 추진 사업이다. 쌀값 인상과 농민 복지 등 굵직한 사업들이 많은데 왜 친목 교류인가. 임 부회장은 “복지, 쌀값도 당연히 하지만, 농촌 생활이 힘드니까 회원들끼리 유대를 강화하면 고립감 없이 힘든 일도 잘 이겨내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농사는 얼마나 짓나.
20년 전 귀농했다. 처음엔 10만평에 쌀농사를 짓다가 지금은 6만평으로 줄었고, 소도 키운다.


-한우협회 회원이시겠다.
그렇다. 이젠 복합영농이 대세다. 한 가지만 하면 농촌은 붕괴된다. 이상적인 농촌의 형태는 수도작도 하고 소도 키우고 고추·깨도 심는 것이다. 가뜩이나 농촌인구도 적은데 경작품목까지 한정돼 있으면 입지가 더 줄어든다. 이것저것 영역을 넓혀 놓아야 가격하락 등 위험부담이 적고 정책입안 등에 관계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20년 전이면 귀농하신지 꽤 오래됐다.
시골에서 살고 싶어 내려왔다. 현재 귀농귀촌이 활발한데 이상만 앞세워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지자체 보조금 받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있다. 귀농인은 농민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여생을 여유있게 보내기 위해 귀농한 ‘은퇴농’은 현지인의 빈축을 사기 십상이다. 한창 바쁠 농번기에 산에 약초 캐러 가고 개천에 텐트 치고 논다. 그런데 진짜 농민과 똑같이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농촌에 살아보니 어떤가.
농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득불균형이다. 도농(都農)간뿐 아니라 농촌 내에서도 대농과 소농간 소득격차가 있다. 경작규모 3만평 이상은 자생력이 있지만 그 밑으로는 농어촌공사의 농지규모화사업을 통한 융자지원과 같은 소득보전 대책을 정부가 적극 마련해 줘야 한다.


-최근 기업농 육성 얘기가 나온다.
소농들이 뭉쳐 경작규모를 기업화, 규모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100명이 농사짓는 걸 한 개인이 뺏으면 나머지 99명은 소작농으로 전락한다. 정부가 기업들 농사지으라고 부추긴다면 단 하나, 관리하기 좋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산조정제가 내년 시행될 것 같다.
쌀처럼 다른 모든 품목에도 변동직불금을 적용해야 한다. 작물마다 최저생산비가 다르다. 마늘 농사에 들어가는 비용 등 연구결과가 농업경영연구소에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품목별 최저생산비를 계산해서 보전해 줘야 한다.


“농업과 삶이고 교육이예요”
‘메기 유기 논농법’ 각광받는 주형로 정농회 회장
다음은 ‘미생물 세상’… 인간공격 주시 “순리 지켜야”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바람을 타고 유기농법이 앞다퉈 선보이는 가운데, 주형로 정농회 회장의 메기를 이용한 논 농법이 주목받고 있다.
주 회장은 우리나라 유기농을 처음 시작한 정농회에서 2015년부터 회장직을 맡았다. 비료 대신 메기를 논에 풀어 질 좋은 쌀을 생산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생태농업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는 국내 최초로 오리농법을 성공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람 좋은 넉넉한 웃음을 지닌 주 회장의 40년 벼농사 짓는 이야기는 최근 열린 대산농촌재단 창립자 신용호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소개돼 갈채를 받았다.


-농업과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어릴 적 배움이 일생을 좌우해요. 학교는 사람의 정신을 완성하는 곳인데 언젠가부터 기술만 가르치는 곳으로 변했어요. 텃밭을 밀어 영어회화실, 컴퓨터실을 만들었잖아요. 최근 사회문제가 교육의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봐요. 작은 생명 하나 살리는데 수많은 수고가 따른다는 걸 배울 기회가 없는 거죠. 순위 경쟁만 하다 사회로 나와 또다시 실적 경쟁을 해야 해요. 은연중에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는 법만 배우는 거예요.

부모 자식 관계, 스승 제자 관계가 다 깨졌어요. 긴 것, 짧은 것, 구부러진 것들과 곧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자연이고 삶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게 되면 사회문제는 저절로 줄어들어요. 오죽하면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인성교육진흥법이 다 있겠어요?


이 법은 타인이나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법으로, 지난 2015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40년째 유기농 벼농사를 지으시는데, 계기가 있나.
딸만 넷인 집안에 아들 하나로 귀하게 자라 망나니로 철없이 살다가 풀무농업고등학교에서 깨달음이 있어 변화하게 됐어요. 지금은 아들도, 손자도 다 농사꾼이예요.
학교에서 일본 선생님을 초청해 강연을 했어요. 일본 아와지시마라는 섬의 원숭이들에게 비료와 농약 친 음식을 먹이면서 3대를 조사했더니 기형아가 많이 나왔다는 내용이었죠. 쌀에 절대 약을 치지 않겠다고 그때 결심했습니다.

메기 논이 체험농장으로 인기가 좋다.-메기가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공간이 되어 소비자들도 많이 찾고 있어요. 작년엔 모심고 바로 메기치어 2000마리를 500평에 풀었는데 생존율도 높고 밥맛도 좋아요. 메기가 살 수 있도록 수확할 때 물을 30㎝만 빼고 수확이 끝나면 다시 물을 채워줘요. 물높이는 10㎝로 맞추고 더운 여름 메기가 피할 수 있게 논 가장자리를 1m 넘게 파줘야 해요.


-메기 다음에는 무슨 농법이 기다리나.
세상에는 또 하나의 세상이 있어요. 바로 미생물의 세상이예요. 앞으론 미생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뀌어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조류독감 유행을 유심히 봐야 해요. 순리를 지켜 미생물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주 회장이 사는 충남 홍성 문당리는 전체 토지 중 유기농 비율이 80%에 이른다. 특히 마을이 수립한 ‘문당리 발전 백년 계획’에는 마을 전체가 잘 살기를 바라는 주 회장의 노력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