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2 (화)

  • -동두천 26.7℃
  • -강릉 22.9℃
  • 서울 26.1℃
  • 대전 24.3℃
  • 대구 25.4℃
  • 울산 26.2℃
  • 박무광주 29.2℃
  • 구름많음부산 29.5℃
  • -고창 26.8℃
  • 흐림제주 33.6℃
  • -강화 25.4℃
  • -보은 21.9℃
  • -금산 25.8℃
  • -강진군 30.1℃
  • -경주시 24.9℃
  • -거제 29.9℃

정책

농업계는 '김치 배틀'

김치공장 가동 '농협법 개정' 움직임에 중기업계 반발
'실업자 양산, 지역경제 위축' 우려하지만
"농협 자금력.규모면 김치 적합업종 아냐" 반론
계약재배 480억원...배추.무 파는 농가소득 감소우려도
"중기도 국산 재료 쓴다"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

12곳 김치공장 전국 2천개 학교에 318억원어치 공급
2010년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 수의계약대상 제외
2015년 ‘간주중소기업’ 자격도 상실…공공급식 납품 제한

김철민·이개호 의원 수의계약납품 ‘농협법 개정안’ 발의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국회의원(안산 상록을)은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역농협 김치공장 가동 중단 위기 관련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학교 등 공공기관에 대해 김치납품 자격을 잃게 되는 지역농협 김치공장의 운영을 지속시킬 농협법 개정의 시급성과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자리다.


그간 중소기업으로 간주돼 학교 급식 입찰에 참여해 왔던 지역농협은 농협, 군인공제회 등 특별법인을 수의계약 대상으로 정한 국가계약법 조항의 일몰시한이 도래해 지난 2015년 중소기업 지위를 상실했다. 이를 근거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중소기업자 지위를 인정하는 직접생산확인증명서 발급을 중단했고, 올해 8월부터 지역농협은 학교 등 공공단체 경쟁입찰 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다.


전국 농산물가공공장 운영농협 조합장 일동은 이날 “지역농협 김치공장의 평균 매출액은 89억원으로 중기법에서 정한 중소기업 매출액 요건(1000억원)을 충족한다”며 “중소기업이 관련법에 의해 육성, 보호받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역차별이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측 “김치기업 1천개 모두 국산재료 쓴다” 반발
농협 판매조직 하나로마트 있지만 중기는 경쟁입찰로 연명
삼성 버금가는 조직규모·자금력…중기적합 김치제조 안돼 
“수입산 40% 시장잠식·학교급식 70% 대기업 장악”도 거론


12곳 김치공장 연간 수매량 6만톤
지역농협의 김치공장 운영은 국산 농산물 판매 촉진과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지속돼야 한다는 게 농협측 주장이다. 전국 농산물가공공장 운영농협에 따르면 전국 100여개 지역농협에서 농산물가공공장을 운영하면서 관내 농민 조합원이 생산한 국산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해 연간 3000여억원 이상의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10개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김치공장 12곳이 김치를 담기 위해 사들이는 배추, 고춧가루 등 원재료의 연간 수매량은 5만9000톤(480억원)에 이른다.


김치사업이 중단되면 공장 종사인력과 영업대리점 소상공인의 실업으로 인한 파장마저 우려된다. 지역농협 김치공장 종사인력은 약 800명, 소상공인은 90여 대리점에 약 500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들과 연관된 관내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5000명의 생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치공장 12곳의 2016년 매출액은 총 1067억원. 이 가운데 30%인 319억원을 2000개 학교급식에 공급했다. 이는 학교급식 납품이 중단되면 김치공장 운영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2015년 ‘간주중소기업’ 자격 상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과 이개호 의원(농해수위 위원장 직무대리)은 올해 4월과 8월 연달아 지역농협의 학교 등 공공기관 입찰참여 근거 조항을 마련한 농협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지역농협 김치공장에서 생산하는 국내산 김치마저 학교급식에 계약이 어려워질 경우 국내 농산물 재배농가인 농민의 피해가 크다”고 우려했다.


FTA 등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국내 대다수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국내산 농산물의 판로 확보를 위한 지역농협의 역할은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김 의원은 “현행법 미비로 인해 공공기관의 우선구매정책에서도 지역농협이 소외되고 있다”며 “제한적으로 지역농협이 국가 등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식품 납품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회적기업 또는 중소기업의 생산품과 서비스를 공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토록 해 이들 기업의 판로지원과 자생력을 고취하는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와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법인·단체는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자로 간주한다. 그 중소기업자의 하나로 농협을 명시하고 있지만 국가계약법이나 현행법은 농협이 국가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정책에서 지역농협이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일부 특별법인에 대해 판로지원법상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농협은 지난 2010년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됐고 2015년부터 간주중소기업 자격도 상실했다.


2015년 직접생산확인서를 발급받은 경우에는 확인서 유효기간(2년)으로 인해 2017년까지 중소기업자간 입찰참여가 가능하지만 내년부터는 지역농협 김치공장이 생산하는 김치가 학교급식 등 공공기관에 납품이 어렵게 된 것이다.


中企측 “중소기업도 국산 재료 쓴다”
농협측은 국산 농산물 판매 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농협의 김치공장 가동을 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일단 김치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이라 농협이 들어올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김치는 중소기업에 맞는 전통식품으로 대기업이나 농협 등 거대 기업에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은 하나로마트 등 판매조직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중기경쟁입찰로 겨우 살고 있다”며 “김치 납품을 수의계약으로 돌리면 인건비 상승 등 경영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은 전멸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식 중소벤처기업부 판로정책과장도 “김치제조 기업이 1000개인데 모두 국산 재료를 쓴다. 농민이 생산한 배추를 쓰고 기타 부재료도 100% 농민들에게서 구매하거나 계약재배를 통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농민들을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받을 때마다 서운하다. 부서 위치가 중소기업측을 조금 더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흘러가는 추세가 중소기업측 의견은 거의 도외시되는 것 같다. 중기업계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양갑수 중소기업중앙회 판로지원부장은 “공공조달 시장에 들어가려고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받은 이력이 있는 지역농협이 5개더라. 5개 지역농협을 위해 농협법에서 판로지원법 조항 걸어 끌고 가는 게 맞는 건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판로확보 경쟁에서 빚어진 문제
지역농협이 김치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현재 농협은 삼성그룹 버금가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지역농협은 갈수록 위기로 내몰리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당연히 판로확보도 안 될 것이고 농협, 농협중앙회와도 경쟁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이런 현실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특히 “새 정부가 공공급식 확대를 대선공약 주요사항으로 다뤘다. 앞으로 농협의 핵심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라는 판로개척이 될 것”이라며 “국내 김치시장 40%를 수입김치가 잠식하고 공공급식 70%를 대기업이 장악한 상황에서 국가 예산이 반영되는 곳에 지역농산물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어떻게 제도화할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방안 찾기까지 긴 진통 예상
김치납품을 둘러싸고 농협측과 중기측 의견은 분분하지만 당장 해결방안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 최봉순 농업금융정책과장은 “농민들은 기업보다 농협을 상대하는 편이 더 편한 부분이 있다. 로컬푸드플랜 등 지역농협의 긍정적 역할도 기대된다”면서도 “농협의 사업들이 중소기업과 다수 겹쳐 중기업계가 우려하는 것도 이해한다. 모두 만족하는 방안은 찾기 힘드니 관련 부처와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책간담회에는 전북 진안군 부귀조합장을 비롯해 전국 김치공장 운영 지역조합장들과 지역농협 김치공장 종사자, 농협경제지주 식품사업부 식품지원단, 가공급식지원팀 등 농협중앙회 실무자,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장,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판로지원부장, 중소벤처기업부 판로정책과장 등 관련 부처의 정책담당자와 협동조합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