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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적자누적, 파산…문 닫는 알피시(RPC)

산업용 전기요금 적용이 경영적자 주요 원인
1년 전기료 1억여원…도정시설 농사용 전환 시급
민간알피시 혜택 한계…통합·대형화 유도정책 필요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과거 ‘정미소’라고 하면 ‘부잣집’의 대명사로 통했다. 정미소가 현대화시설을 갖춰 고급화된 지금의 알피시(RPC, 미곡종합처리장)에게는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알피시는 수확한 벼를 산물 상태로 건조, 저장, 가공, 포장 작업을 거쳐 판매하는 주요한 쌀 산업시설임에도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운영주체는 농협과 민간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만성적자를 호소한다. 농협운영알피시는 합병을 통해 경영난을 타개하고 세(勢)를 불려나가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알피시는 그마저도 쉽지 않아 한해 4~5개가 파산으로 없어진다.


전기요금 제도 개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적자 타개를 위한 방편이다. 알피시의 건조·저장시설은 농사용 전기료가 적용되고 있으나 도정시설은 3배 이상 비싼 산업용 전기료를 부과해 알피시 경영적자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농협알피시만 그간 누적적자가 2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2억3000만원의 손실을 본 충남의 한 농협알피시는 한해 전기요금으로 1억4000만원이 부과됐다. 이 중 농사용이 적용되는 벼 운반, 건조, 저장시설에서 사용한 전기요금은 2927만원이었지만 도정시설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1억1100여만원이다.


특히 가축분뇨처리장, 굴껍질처리장,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 등은 농사용을 적용하고 있으나 알피시 가공에만 산업용을 적용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수년 동안 알피시의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을 요구하는 농업계의 대 정부 청원과 국회의원들의 발의가 줄이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유는 알피시가 ‘제조업’으로 분류된 데 있다. ‘도정’이라는 농산물 상품화설비는 산업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한미FTA 협상 당시 국내 농축수산업 보호를 위해 쌀을 포함 5개 관련시설에 대해 농사용 전기료를 적용하기로 당정협의에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쌀만 미개방 품목으로 지정돼 알피시 도정시설의 농사용 적용이 배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 관계부처 및 기관은 쌀 도정 시설의 제조업 분류, 제한적인 농사용 전기료 적용의 필요성, 사례 부족, 한전의 경영악화 등을 사유로 알피시 농사용 전기료 적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알피시 도정시설은 2015년 쌀 수입자유화와 한중FTA 대책으로 2016년 1월부터 전기요금 20%를 감면받고 있다. 농사용 전환시 한해 절감되는 전기료는 약 12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와 연구기관은 “단순히 쌀 껍질을 벗기는 것을 식품가공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쌀을 만드는 과정까지 쌀 생산과정으로 봐야 타당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갈수록 농사용 전환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그러나 민간알피시엔 혜택이 부분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사)한국RPC협회 백영현 전무는 “(공공성 때문에) 농사용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영농조합법인 등 농업인단체만 해당될 것”이라며 개인 운영 알피시는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전무는 “민간알피시도 통합해 대형화시켜야 한다”며 “축산업에 폐업자금을 지원하듯 폐업유도 정책을 써서 합병이 일어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백영현 (사)한국RPC협회 전무
“한해 4~5곳 파산, 폐업자금 지원 절실”


가격경쟁 안 해 쌀값 폭락 방지효과
건조·저장시설 남겨 농가활용 ‘윈윈’


산물벼 수매 알피시서 가공하면
현행 8단계 절차 3단계로 간소화
정부재정 50억 절감·농가 편리 도모



민간알피시 협의체인 (사)한국RPC협회(회장 이대섭)는 2012년 농식품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정식 설립됐다. 기존 RPC협의회, 대한곡물협회, 양곡가공협회 등 3개 단체로 분열됐었던 민간알피시들이 정부의 양곡정책과 RPC산업 발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단일 협회를 새롭게 꾸린 것이다. 첫발을 함께한 회원사는 총 65개사였지만 현재 41개로 줄었다. 경영난으로 인한 파산이 주요원인이다.
알피시가 직면한 경영난 해법은 없는 것일까. 백영현 전무에게서 들어본다.


-민간알피시 통합을 주장하시는데.
농협알피시처럼 민간알피시도 합쳐서 덩치를 키워야 한다. 흡수되는 알피시의 건조·저장시설은 남겨둬 농가가 활용하도록 하고 판매부분만 없애면 된다. 가격경쟁 할 필요가 없어져 쌀값 하락도 방지되고 농가는 건조·저장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 여러모로 이득이다. 축산 쪽에 폐업자금을 지원하듯 민간알피시에도 폐업유도 정책을 써야 한다.


-농사용 전기 전환시 적자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나.
약 121억원 정도 전기요금 절감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전기요금 때문에 국회를 100번 방문했다. 한전 등 관계기관과 정부부처에서 아직까지 필요성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농사용 전환이 된다고 해도 개인이 운영하는 알피시는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혜택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공공성을 요구할 것이다. 전기료가 절감되면 큰 보탬이 되겠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쌀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일단 모여서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폐업자금을 지원해 알피시간 흡수 합병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많이 어려운가.
한해 4~5곳이 파산한다. 물론 수백억씩 매출을 내는 알피시도 있지만 왕겨, 미강 등 부산물을 팔아 현상유지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사료용 쌀이 대거 풀리면 부산물로 적자를 메우는 일도 어려워질 것 같다.


-정부 설득이 필요한 것 같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FTA 재협상이 통과되면 농업이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정부는 국가간 약속이므로 거부할 방법이 없다. 이럴 땐 민간이 막아줘야 한다. 유럽 양조협회의 경우 주류 제조시 사용되는 물에 옵션을 걸어 수입을 막는다. 정부는 민간 핑계를 대고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피시도 정부지정제로 가자는 얘기가 있다.
전문병원처럼 시설 인력 지역 등 요건이 부합하면 지정해 주자는 것이다. 이만희 의원(자유한국당, 경북영천시청도군)이 발의했는데 이번에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 갖고 있는 건 알피시 신고증 하나인데, 정책자금 한번 받으려면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다. 아예 장관 지정을 받으면 신뢰성이 확보되니 지원받기도 쉽고 자녀에게 경영을 넘겨줄 때도 뚜렷한 증표가 된다. 지위를 갖춰 양도 양수시에도 유리할 것이다.


-정부양곡관리 체계에 허점은 없나.
산물벼를 수매해 정부양곡보관창고 및 가공공장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상·하차, 입·출고, 운반 등 불필요한 과정이 따른다. 알피시가 수매한 산물벼는 당해 알피시에서 가공하면 현행 8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절차를 3단계로 대폭 줄일 수 있다. 알피시가 실 수요자에게 쌀 공급 후 비용을 정산함으로써 행정비용 절감과 신속한 정부양곡 공급 등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농가는 건조·포장·계근(計斤) 없이 산물벼를 출하해 편리해지고 알피시는 약 7000만원의 조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양곡관리 체계 단순화로 인한 재정부담도 현행 168억원에서 118억원으로 50억원 줄어들 것이다. 특히 인수도 가격이 높아 꺼려했던 알피시 산물벼 수매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