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2 (일)

  • -동두천 26.7℃
  • -강릉 22.9℃
  • 서울 26.1℃
  • 대전 24.3℃
  • 대구 25.4℃
  • 울산 26.2℃
  • 박무광주 29.2℃
  • 구름많음부산 29.5℃
  • -고창 26.8℃
  • 흐림제주 33.6℃
  • -강화 25.4℃
  • -보은 21.9℃
  • -금산 25.8℃
  • -강진군 30.1℃
  • -경주시 24.9℃
  • -거제 29.9℃

기획

[창간특집]‘쌀전업농 20년, 앞으로 20년<2>’…“쌀전업농이 살아야 쌀 산업도 산다”

정부 정책 쌀전업농 빼고 논할 것 없어
‘제2의 쌀전업농 육성 정책’ 마련 시급

(한국농업신문=이은용 기자) 현재 쌀 산업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 2015년 쌀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면서 우리 쌀도 세계 어느 나라 쌀과 경쟁하는 체계로 변했고, 특히 소비자들의 식생활 변화와 고품질 제품을 선호하는 환경으로 변하면서 우리 쌀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나가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현장을 중심으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 1인이 밥을 먹는 양을 보면 1년에 62.9kg만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하루로 따지면 170g정도로 하루에 밥 두공기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년간 쌀 생산량은 수요량을 크게 상회하면서 수급불균형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왔다.


쌀 산업 위기 도래…대책 마련해야

이렇게 산업구조가 점점 엇나가면서 쌀 생산자들의 설자리는 줄어들고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지만 정부 정책 어디에도 쌀 생산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이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쌀 생산자들의 소득은 주요 품목들에 비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농가소득 결과를 보면 축산농가의 소득은 7964만9000원인데 반해 벼 재배농가 소득은 2558만8000원으로 거의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쌀 생산자들의 소득이 가장 낮은 것은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쌀값이 20년 전으로 돌아간 점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농가가 대부분이라는 점, 여기에 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의 고령농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위기 타파…쌀전업농 육성 정책 세워

정부는 이런 사태를 예견해서인지 지난 1996년도부터 쌀전업농 육성대책을 세워 쌀 생산자들의 규모화를 통해 쌀 산업 경쟁력을 높여 지속 가능한 쌀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 정책은 1994년 WTO 및 UR 대응 농업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쌀전업농 육성사업 본격 추진되며 쌀전업농 10만호(5㏊이상 3만호, 3~5㏊ 7만호) 육성 목표를 설정하고 전업농 육성사업으로 영농규모화 및 농기계구입자금 지원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된 시기는 농업진흥지역 쌀 생산 농가에 대한 지원시책 강화, 규모화 촉진을 위한 경영이양직불제 사업이 포함된 1996년 ‘쌀 산업 발전 종합대책’이 추진되면서부터다.

2001년 대내외적 여건을 감안해 2010년까지 쌀전업농 및 육성대상자 10만호로 목표가 재설정됐고, 경영규모 5ha이상 농가 6만호의 쌀전업농과 5ha미만농가 4만호의 쌀전업농 육성대상자를 선정해 2010년 예상 쌀 생산 면적 85만ha의 68%인 58만ha를 경작할 수 있도록 하는 ‘쌀전업농 육성방안 개선대책’이 수립됐다.

이에 따라 쌀 농업 환경은 급속하게 쌀전업농 중심으로 변해 나갔고 농지정리와 농기계화율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농촌 환경이 급속하게 변했다.

지역의 쌀전업농들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농지를 늘려나갔고 점점 경쟁력을 갖춰가면서 농가소득도 자연스럽게 늘려나가면서 지역에서 산업을 이끄는 지도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2010년 후 육성 정책 이뤄지지 않아

하지만 정부 정책이 2010년 이후부터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쌀전업농 육성 정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농업여건이 급속도로 변화면서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어려워져 가고 있다. 이로 인해 쌀 산업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수급불균형, 쌀값 하락 등 다양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쌀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쌀전업농을 비롯해 쌀 생산자들은 이를 타개할만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 영농규모화지원단가가 너무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1평당(3.3㎡) 지원금이 여전히 3만5000원이라는 점이다. 현재 전국 평균 공시지가를 보면 1평당 6만원 이상으로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3만5000원 지원은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영농규모화지원단가 현실화 시켜야

곽노승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은 “전국 땅값이 크게 올라 땅을 사서 더 규모를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지원되고 있는 단가는 거의 10년전 단가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는 기존 쌀전업농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는 생산자들의 나이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규로 벼농사를 짓기 위해 들어오고 싶어도 정부 지원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젊은 층이 유입되기가 어려운 구조다. 특히 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땅과 비싼 농기계를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턱없이 부족해 신규 진입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곽 부회장은 “정부 정책에 의해 쌀전업농이 발전했고 자리를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은 정책만으로는 현상을 유지하기에도 어렵다”면서 “신규로 벼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비싼 땅값하고 농기계 가격 때문에 진입조차 꿈꾸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정부에서는 여전히 영농규모화지원단가 인상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영농규모화지원단가를 5만원 이상으로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예산당국의 반대로 인해 사실상 이야기가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곽 부회장은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게 현 상황에 맞게 변화를 하는데 쌀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20년이나 30년이나 변한 게 없다”고 한탄하며, “우리나라에서 쌀 농업이 사라지면 쌀전업농이 사라지면 과연 어떻게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원단가가 현실화되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농상속공제 100억까지 상승해야

이와 함께 지금까지 영농규모화를 이뤄났던 것이 상속세라는 장벽에 막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현재 영농상속공제가 5억에 불과해 쌀전업농이나 대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에서 자식들에게 상속을 할 때 분할해서 지원하거나 상속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해 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30세대 쌀전업농들은 “상속세가 문제다. 저희는 대부분 부모님의 기반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상속세가 너무 비싸 상속을 생각하기에도 힘든 실정”이라며 “이런 현실적 어려움들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귀농을 망설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부분을 정책적으로 보완해 많은 젊은 세대들이 귀농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다른 산업과 차별이 심하다는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의 경우 상속공제액이 500억원이기 때문에 농업 분야도 500억원이 아니더라도 100억원까지는 해주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쌀전업농 관계자는 “상속세 부분은 반드시 정부와 국회에서 열띤 논의를 펼쳐 법을 개선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영농 연속성을 유지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법 개정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의 경우 500억이니까 농업 부분은 100억원 정도 공제하는 선에서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쌀 산업 정책 ‘선택과 집중’ 택해야

더불어 쌀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하기 위해 정부가 쌀과 관련된 정책을 추진할 때 빅플랜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곽 부회장은 “지금까지 정부 정책을 보면 중간에 많이 바뀌는 경향이 많았다. 지속적이고 일괄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혼란이 일어났고 불안감이 커져 쌀 산업 발전 저해 요소로 작용했다”면서 “특히 쌀 정책에 있어 오락가락 하고 단기적인 정책만 추진해와 이런 현상을 더 가속시켰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쌀전업농과 관련된 정책도 마찬가지다. 현재 쌀전업농은 전체 면적의 50% 이상을 경작하고 있고 유통량을 따지더라도 60% 이상 책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런 쌀전업농을 더 육성하는 정책을 선택과 집중으로 펼쳐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업의 기본은 쌀이다. 절대로 쌀을 빼놓고 정책을 짤 수 없기 때문에 정책을 짜 추진할 때 쌀전업농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발전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쌀 의무자조금 도입 적극 나서야

또한 쌀 생산자들이 직접 쌀 소비를 창출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쌀 의무자조금을 하루 속히 도입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쌀전업농은 2015년부터 전국 각지를 돌면서 쌀 의무자조금 도입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에 따라 올해 초에는 쌀 의무자조금 준비위원회 구성 과정까지 도달했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쌀 의무자조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데 최근 들어서 이런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상태다. 오히려 쌀 의무자조금 구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 친환경의무자조금이 도입될 때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쌀 의무자조금 도입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지적이다.

쌀전업농 관계자는 “쌀 의무자조금은 쌀전업농뿐 아니라 쌀 생산자들이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여전히 도입에 대한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며 “특히 정부가 계속해서 미온적인 반응과 모습을 보이면서 도입을 위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처럼 쌀 산업이 위기인 상황에서 쌀 생산자들이 스스로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자조금을 조성한다는데 정부가 막아서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친환경자조금이 도입될 때처럼 적극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 따라 ‘좌지우지’ 그만 해야

이처럼 쌀전업농은 정부 정책과 농업 환경 변화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의 현실에서 분명한 것은 “쌀전업농이 살아야 쌀 산업도 산다”는 명제다.

그동안 규모화 사업으로 인해 쌀 산업은 큰 발전을 거뒀고, 그 주역이 바로 쌀전업농이다. 그런데 정부가 보다 신경 쓰고 발전시켜야 할 대상인 쌀전업농이 정책적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중 쌀전업농을 빼고 논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곽 부회장은 “우리 쌀 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쌀전업농을 더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우리 쌀전업농들은 언제나 정부 정책에 발맞춰 쌀 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정부가 이에 대한 응답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21세기는 어느 분야든 경쟁력이 없는 것들은 퇴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쌀 산업은 더욱 그러하다. 쌀 산업에서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춘 집단이 쌀전업농이다. 이미 현장에서 쌀전업농의 역할은 ‘일당백’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정부가 제2의 쌀전업농 육성정책을 마련해 다시 한 번 쌀 산업 발전 부흥기 도래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은용 기자 ley@newsf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