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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창간특집] 줄이는 것만 능사 아니다

개방 압력 속 위기봉착 국내 농업 지탱해온 쌀전업농
1997년 쌀전업농연합회 창설...쌀 산업 육성 본격 추진
“식량 위기 또 온다”…줄이고 깎는 정책 재검토해야

쌀전업농 20년, 앞으로 20년<특집1호 : 프롤로그>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업이 위기다. 1970년대 이후 농업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세계적으로 식량공급이 과잉되고 인구증가율은 둔해져 농업분야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로 인해 농업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다. 설상가상 1995년 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세계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이에 따라 국내 농업 역시 무한경쟁시대로 들어서 압박이 가중됐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불어 닥친 농산물 수입개방 압력에 대응해 농어촌 정비에 들어갔다. 1990년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 제정을 필두로 농업구조개선대책이 수립되면서 정책의 틀과 지원시책이 자리를 잡게 됐다.


(사)한국쌀전업농연합회는 위기에 봉착한 국내 농업의 활로를 열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 끝에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농업경쟁력 육성 정책에 발맞춰 쌀 자급률 100%를 달성한 전업농은 이제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놓였다. 쌀 공급 과잉과 경제논리에 치우친 정책적 외면, 그에 따른 농업소득 감소와 후계농 부재의 문제는 20년을 걸어온 쌀전업농이 향후 20년을 더 걸어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다.


‘전업농 육성’ 1994년 ‘농어촌발전대책’ 핵심 선정
내실화 도모 6만여호 조성…2030 지원 ‘후계농’ 해결
2050년 쌀이 주식인 아시아 기아인구 6억5천만명
쌀 가공산업 키우고 소비 늘리면 자연스레 농촌정착
농지 보전·지속가능한 농업 목표로 농정 전환해야


세계 곡물파동 식량자급 노력에 불씨
1960년대 우리나라는 공업화에 치중한 나머지 농업부문은 연간 2%도 안 되는 저성장을 거듭했다. 1968년 최대 곡창지대인 영호남 일대에 불어 닥친 큰 가뭄은 재래식 농업 탈피를 위한 체제 정비에 불을 붙였고 1970년 ‘농촌근대화촉진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당해 2월 지금의 한국농어촌공사인 농업진흥공사가 설립돼 농지개량사업, 농업기계화사업, 농가주택개량사업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여기에 1972년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현상은 정부의 식량 확보 노력에 불을 지폈다. 대단위 농업종합개발사업, 배수개선사업, 경지정리사업, 간척사업 등을 통해 농지가 확대되고 농업기계화와 함께 농업생산성 역시 크게 향상됐다. 약 45년 전인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쌀의 자급을 달성했다.



농업인구 300만 중 쌀전업농 6만명
전업농 육성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은 1994년부터다. 당해 발표된 ‘농어촌발전대책’에서 농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시책의 첫 번째 과제로 선정됐다. 전업농 가운데 쌀전업농이 이 사업의 핵심이며, 1996년에는 ‘쌀산업발전종합대책’에서 쌀전업농 육성의 내실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육성 목표를 6만호로 조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한국쌀전업농연합회가 창설된 것은 이듬해인 1997년. 이 때부터 우리나라 쌀 육성 사업은 연합회를 구심점으로 본격 추진된다.

 
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경제논리와 식량안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충돌한다. 우선 경제논리 측면에서 농업은 농업인구 300만이라는 숫자가 대변하듯 외면할 수밖에 없는 산업으로 치부된다. 이 가운데서도 쌀만 가지고 보면 쌀전업농 숫자는 겨우 6만여명에 불과하다.


반면 학계와 기관의 전문가들은 쌀에 대한 관점을 식량안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넘쳐난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식량공급에 여유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호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은 “선진국은 농지보전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목표로 농정을 전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내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2050년 인도·중국 하나씩 더 생겨
실제 낮은 인구 증가율 속에서도 세계 인구는 2000년대에 이미 60억명을 돌파했다. 유엔 세계인구보고서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7억명으로 증가하고 도시 인구 증가로 인해 매년 30만명 규모의 신도시 120개를 건설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세계 인구가 어림잡아 70억명선인 것과 비교할 때 약 30%를 넘는 증가율이고, 지구에 인도와 중국이 하나씩 더 생긴다고 봐야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심각한 식량난에 대비해 식량을 70% 증산해야 한다고 일찌감치 경고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식량사정이 가장 좋지 않은 지역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꼽았다는 것이다. 심각한 식량위기로 만성 기아를 겪는 사람의 수가 이 지역에서만 6억5000만명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 해 최소 15만명이 기후변화로 죽어간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생산량 예측결과를 통해 기온이 2도 상승시 10a당 쌀 수량은 4.5% 감소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직불금 중심 농정개편 논의 활발
정부는 쌀 적정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벼 재배면적을 매해 3만ha씩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2006년 78.8㎏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61.9㎏으로 10년 사이 21.4%나 급감했다.


쌀 소비감소와 재배기술 발달에 따른 쌀 공급과잉이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직불금 형태의 정부 예산지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수 년 전부터 지급제외자 범위를 확대하고 지급 상한을 설정하는 등 사실상 직불금을 축소하는 방향의 직불제 손질을 시도해 왔다. 이런 정책은 환경과 생태보전, 지역사회 유지 등 농업의 공익적, 다원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팽팽히 맞서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을 비롯한 추미애 당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 국회와 농민단체 다수는 농정예산에서 직불금 비중을 현행 20%에서 5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소득 보전을 위해 예산의 50%만큼을 현금으로 직접 주자는 것이다. 


실제 농업선진국들은 농업예산의 대부분을 농민들에게 직접 지불하고 있다. 스위스는 농업예산의 80%, 유럽 평균 72%, 미국 63%, 일본 52% 수준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올해 전체 농업예산 14조원에서 농민에게 지원하는 예산은 약 25%(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소득을 담보할 수 없다보니 농촌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은 날로 심각해진다.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농민 수가 3분의 1로 줄어드는 등 농촌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어 2020년 농민수는 전국 인구의 4.7%에 불과할 전망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청년층 농촌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65세 이상 농지보유 고령농업인에게 농지연금을 주고 그 농지를 사거나 임차해 2030세대, 신규 취농인에게 매도하거나 5~10년씩 장기 임대해 주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통일 대비 쌀 정책 필요

이철호 식량안보재단 이사장은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4%로 일본의 29%보다도 못하다”며 “다행히 쌀만큼은 자급하고 있지만 통일 이후를 대비한다면 오히려 쌀 생산을 늘려 많이 비축해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북한에 당장 보내야 할 쌀이 120만톤이라고 한다”며 “재배면적을 줄일 게 아니라 쌀 가공산업을 키우고 소비를 늘려야 한다. 자연스레 농업소득이 늘고 사람들이 정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부 예산을 활용해 매년 60만톤을 시장격리해 쌀 가공산업쪽에 공급하면 시설투자가 일어나 쌀 소비 촉진과 연관산업 발전이 일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