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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농업농촌 가치 드높인 3인의 위인

대산농촌문화상 시상식
현용행 조합장ㆍ김상식 대표ㆍ정용모 농업연구사
대산농촌재단, 복지농촌 건설 이바지 1991년 제정
‘농업계의 노벨상’ 공고부터 선정까지 꼬박 열 달

“농촌은 우리 삶 뿌리” 대산 신용호 선생 철학 기려
‘힘 있으려면 배워야 한다’ 세계최초 교육보험 창시
농업농촌 중요성 높이 보고 멀리 봐 농촌재단 설립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요,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입니다.”
한국 농업과 농촌 발전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발굴해 시상하는 ‘제26회 대산농촌문화상’ 시상식이 지난달 25일 서울 양재동 엘 타워에서 진행됐다.

올해 시상식에는 김성훈, 윤근환, 김동태 전 농림부 장관과 박은우 서울대 교수, 성진근 한국농업경영포럼 이사장 등 농업계 주요 인사와 사회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대산농촌재단(이사장 오교철)은 재단 설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복지농촌 건설과 인류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1991년 대산농촌문화상을 제정했다. 농업기술 부문, 농업경영 부문, 농촌발전 부문, 농업공직 부문 등 총 4개 부문에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가치를 높이는 데 업적을 세운 인사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한다.
지난 26년간 농업의 가치와 농민의 자긍심 향상에 이바지해 농업계 최고의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상식에서는 농업기술 부문 현용행 씨(59⋅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농업경영 부문 김상식 씨(52, 두리농원 대표), 농업공직 부문 정용모 씨(55⋅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등 3개 부문 3인의 수상자에게 각각 5000만원(농업공직 부문 1000만원)이 수여되었다.


‘지식 나눠 힘 길러야’ 농촌재단 설립
올해는 ‘대산 신용호 선생(1917~2003)’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따라서 올해 시상식은 여느 해보다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1917년 전남 영암군 덕진면에서 태어난 대산 선생은 한학자 아버지와 독립 운동가 형님들 속에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해방 후 만주로 건너가 사업가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와 대한교육보험주식회사를 창립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교보생명’이다. 어릴 적 배움을 지속할 수 없어 더욱 컸던 배움에 대한 열망이 세계최초의 교육보험이라는 상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대산의 정신은 그의 어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힘이 있어야 산다. 힘이 있으려면 알아야 하고, 알려면 배워야 한다.” “환원할수록 불어나는 것이 지식이다. 지식만은 나눌수록 불어난다.”
문화에 대한 조예는 어떤 기업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농업농촌, 농민에 대한 관심과 대산농촌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기업가로서 농업농촌을 도울 방법을 찾아 1991년 10월 25일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측에 따르면 대산농촌문화상은 후보자 추천 공고부터 심사와 수상자 선정, 시상식까지 꼬박 열 달이 걸린다. 개인의 업적을 넘어 농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했는지를 철저히 검증한다. 심사과정이 엄정하다보니 때로는 수상자를 내지 못하는 부문도 있다고 한다.
사회 저명인사와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본심사위원회는 각 부문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와 최종 실사대상자로 오른 12인의 후보자의 업적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격의 없는 토론을 펼쳤다. 그 결과 농업기술부문은 지역의 특성을 이용해 월동무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농가에 보급확산시켜 차별화된 지역농업 발전에 이바지한 현용행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농업경영부문은 유기농업을 꾸준히 실천하며 마을 전체와 지역으로 확산해 지속가능한 농촌의 모델을 제시한 김상식 두리농원 대표를 선정했다. 농업공직부문은 농민을 위한 농업연구의 외길을 걸으며 국산 거베라 품종 48종을 개발, 보급해 농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 정용모 경남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를 선정했다. 농촌발전부문은 다수의 후보자가 물망에 올랐으나 대산농촌문화상의 위상과 취지에 맞는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오교철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이라는 영예만큼 그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고 갈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산의 100년이 농민과 농촌,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잇는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여러 기회를 통해 확인했다”며 “100년은 아주 오랜 시간을 상징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듯, 앞으로의 100년도 농민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2차, 3차 산업과 연계, 6차 산업으로 발전”
농업기술부문 현용행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2000년대 초반, 제주도는 농산물 수입개방화로 감귤원이 폐원하고 지역 주작목인 겨울 당근과 감자가 연작 피해를 겪는 등 지역 농업 대체작목이 절실히 필요했다. 현용행 조합장은 봄무 계통 종자(관동여름무)를 지역에 적용시켜 월동무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농가에 보급확산시켜 제주 농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현 조합장은 제주에서 재배하지 않던 봄무 계통의 한계 온도와 생육환경을 파악해 직접 시험재배하고, 이를 토대로 월동무 재배기술을 개발했다. 품질 좋은 월동무는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2016년 조수익 1854억원을 기록하는 등 제주도 농업 생산 2위, 채소 생산 1위 품목으로 성장하면서 지역 특산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또 무 자동세척기를 개발 보급해 기존 흙무 출하방식을 혁신시켜 제주 무 산업 경쟁력을 제고시켰다. 농가와의 계약재배 과정에서 시기별 품종 선택과 지역별 파종시기, 시비량, 재식거리 등을 교육해 단계별 출하체계를 위한 맞춤식 영농지도를 진행했다.
현 조합장이 농업에 뛰어든 건 1979년. 제주농촌진흥원(농업기술원)에 조언을 구하고 농업에 대한 연구보고서와 책을 빠짐없이 읽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당시 드물었던 노지 봄배추를 재배하고 1984년에는 비닐하우스에서 꽃을 재배했다. 제주 월동 밭작물 대체작목이 절실했던 2000년대, 주위의 건의를 받고 개인적으로 시험재배를 하던 관동여름무로 월동무 재배기술을 개발, 보급에 이르렀다.
현재 월동무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테크노파크, 제주대학과 협력 하에 무의 기능성을 이용한 건강식품, 향장품, 의약품, 생활용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개발 진행중에 있다.
현 조합장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산업이 바로 농업”이라며 “1차 사업에 머물고 있는 무 산업을 2차, 3차 산업과 연계해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기농업 전파…귀농귀촌 멘토 충실”
농업경영부문 김상식 두리농원 대표

김상식 대표는 유기농업 선구자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마을 조성과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높이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친환경농업 인증 제도가 마련되기 이전인 1991년 담양군 황금마을에서 유기농업을 시작해 마을 55농가 전체가 친환경농사를 짓는 지속가능한 농촌 마을의 모델을 만들었다. 2002년 지역농민 14명과 두리영농조합법인을 결성, 소농, 가족농의 경쟁력을 키우고 유기농 기술을 공유해 마을과 인근 지역을 전남 친환경농업 최대단지로 발전시켰다.
그는 고품질 쌈 채소 생산과 ‘3℃ 숨쉬는 맑은 채소’라는 신선하고 건강한 이미지의 브랜드 마케팅과 계획 출하, 계절별 가격정찰제 등 안정적 생산시스템을 확보했다. 또 생협과 학교 급식 등 다각적인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직거래 등의 소비자 교류사업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김 대표는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면서 터득한 경험과 지식을 농민뿐 아니라 귀농귀촌인 대상 도제식 교육과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널리 전파하고 있다. 2013년엔 농산물 유통전문회사 ‘피어올라 협동조합’ 설립을 주도, 농민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유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외식업체와도 협력해 먹거리와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이번 수상의 의미는 27년간 농약과 화학비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유기농을 지켜온 노력에 대한 선물이다. 농부로서의 그의 삶은 198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로부터 송아지 한 마리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알로에와 토마토 등 복합영농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던 중 돌 지난 아들이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원인과 온갖 치료법을 찾던 중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그 후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업기술을 배웠다. 유기농 인증제도가 생기기 전이었다.
김 대표는 “지식과 경험을 전파하고 농업인 모두에게 친환경농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귀농귀촌자의 멘토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농민이 꽃 통해 꿈 이루도록 계속 도전”
농업공직부문 정용모 경남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정용모 농업연구사는 거베라 품종 48종을 개발, 화훼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높이 인정받았다. 농민에게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그 성과를 농민에게 돌려줌으로써 농민이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농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 모범적인 공직자라는 평가다.
그는 20년간 국산 거베라 품종 육성에 힘써 우리나라 재배 환경에 적합하고 독창적인 국산 거베라 48품종을 개발, 산업화했다.
꽃이 화려하고 커 축하용 화환에 주로 쓰이는 거베라는 색깔과 꽃의 형태 등 선호도가 빨리 바뀐다. 정 연구사는 이런 시장 특성에 맞춰 매년 3~4종의 우량 거베라를 개발 보급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국산 품종 소비 시장을 확보했다.
세계 최초 꽃잎변이 품종 ‘그린볼’을 비롯해 정 연구사가 개발한 국산 품종들은 2013년 최고의 꽃 경연대회 최우수상과 2014~2017년 4년 연속 신품종 우수상을 받았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인도 등 해외 실증시험을 통해 해외 종묘수출의 가능성도 높였다.
수입 품종이 대부분이던 거베라 시장은 정 연구사의 국산화 노력으로 약 6억7800만원의 로열티를 절감했고 농민 소득 증대 효과를 가져왔다. 청탁금지법 등으로 위축된 화훼산업 회복을 위해 정부가 진행중인 ‘1테이블 1플라워’ 운동도 그의 정책 제안으로 이뤄졌다. 
정 연구사와 거베라와의 인연은 1998년 경남농업기술원에 근무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거베라는 경남 김해지역이 주산지이자 전국 재배 면적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는 김해 대동지역을 중심으로 20년간 새로운 거베라 품종 육종 하나만을 생각하며 수많은 도전을 되풀이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새 품종을 선뜻 자기 농장에 심겠다고 나서는 농민이 없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할수록 우리나라 품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지금은 국내 육성 거베라 품종을 외국 화훼시장으로 진출시켜 우리나라 화훼산업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높였다.
정 연구사는 “더 과학적이고 더 실용적인 연구로 농촌을 풍요롭게 하고 농민이 꽃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