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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미FTA 공청회' 파행...농축산인 공청회장 점거

시작 20분만에 대치상태 이어가다 종료 선언
정부, 개정협상 절차 계속 진행...국회 보고 예정
5년간 대정부 신뢰 무너진 농축산인들 분노 폭발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한미FTA 개정협상 관련 공청회가 회의 시작 20분을 넘기지 못하고 파행으로 치달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미FTA 개정협상 착수를 위한 절차로 전문가와 국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농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공청회 시작 30분 전인 오전 9시 '한미FTA 폐기' 기자회견을 열고 곧바로 공청회장에 들어갔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한미FTA 체결 결과 농축산업 반 토막', '농축산업 볼모로 하는 한미FTA 즉각 폐기' 등의 팻말을 든 이들 축산인들은 마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미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순서에서 "FTA 발효 이후 지난 5년간 양국간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는 발언에 잇달아 항의하기 시작했다.


"거짓말 하지 마라! 어떻게 호혜적이냐! 농축산업이 어찌 되었는데!"


"농축산업은 반토막이 났어요! 이게 호혜적인가? 한미FTA 폐기하라!"


흥분한 축산인들의 항의 속에 발표자의 목소리가 묻혔지만 발표는 강행됐다. 축산인 무리 속에서는 "매국노들 그만해! 부끄러워! 매국노들"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들리며 거친 욕설도 마구 튀어나왔다.


발언권을 요구하는 축산인들에게 산업부 측은 "질의응답 시간에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며 대치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한미FTA 경제성과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안 됐다. FTA로 인해 피해를 본 우리 농축산업에 대한 얘기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일방적인 경제분석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축산인도 "한우 농가가 FTA 발효 5년만에 반토막이 났는데 왜 이 이야기는 안 하는 거냐, 농업농촌이 피해를 봤는데도 대책 하나 없고, 미국에 병신처럼 승복을 하고, 이런 나라에 살아야 합니까! 우리는 쌀 한톨, 고기 한점 양보할 수 없습니다!"라고 외쳤다.


무대 좌석에 앉아있는 교수 등 전문가 패널들을 향해 "내가 지금 좋은 자리, 힘 있는 자리에 있다고 농민 괄시하지 마십시오. 전부 따지면 다 농촌이 뿌리 아니요? 20만 (한우)농가가 5년만에 8만 농가로 줄었어요!"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이들은 "오늘 11월 10일은 1년에 한번밖에 없는 농업인의 날로 농민의 노고를 위로받는 자리인데 하필 이런 날 공청회를 잡았나, 얼렁뚱땅 진행하고 국회에 넘겨 FTA 재협상 처리하려는 줄 모를 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인들과 산업부 간 대치 상태가 길어지자 이날 토론자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자리를 떴다.


좌석을 두고 시비도 벌어졌다. 축산인들은 좌석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방청객은 이미 가득 메워져 있었다. 무대 앞 4번째 줄까지는 검은 색 복장의 경호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자리를 메우고 앉아 있었다.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대면하려고 경호원들을 넘어서려는 축산인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호원들 사이에 몇 차례 몸싸움이 일었다.


가까스로 방호막을 뚫고 강 차관보를 대면한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을 비롯한 김홍길 한우협회 회장, 문정진 축산단체협의회 회장 등 몇몇 축산 관계자들은  강 차관보에게 "공청회를 다시 할 것"을 요구했다.


이승호 회장은 "예전에도 공청회를 1차, 2차 했다. 그 당시 농축산업계에서 피해 예상을 내놨지만 폐업지원금 등 정부 약속을 믿고 FTA에 응했다"며 "그런데 이젠 더이상 믿지 못하겠고, 신뢰를 잃었다. 농축산업계 경제분석도 같이 넣어서 공청회를 다시 열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차관보는 "농업에 대한 지원부분은 부족하지만 계속 해 왔다. 앞으로도 보완해 나가겠다"며 "한미FTA 재협상에서도 농업에 대한 '레드라인'을 지키겠다"며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현대차가 아무리 차를 많이 팔고 삼성이 핸드폰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그들이 우리 밥을 먹여주나요?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한다. 여태까지 정부가 농가들에 대한 약속을 지켜 왔으면 우리가 공청회를 저지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기보다 다소 이성을 찾은 모습으로 양측의 대화는 이어졌지만 "경제분석 다시 하고 토론자 패널로 농축산업 관계자가 3분의 2는 들어가야 한다"는 축산인들과 "농가를 생각하겠다. 나중에 발언권을 드리겠다"는 강 차관보 간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산업부는 공청회 종료를 선언했고 축산단체협의회는 무대를 장악해 다시 한번 기자회견을 열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가 공청회를 유효한 것으로 보고 국회에 넘기면 11월 18일 전국 농민 대단결 집회를 열어 한미FTA폐기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공청회’가 관련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고 개정협상을 위한 향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날 공청회 이후 낸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공청회와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반영해 통상절차법 제6조에 따른 한미FTA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토론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은 "행정절차법상 공청회는 행정부의 연구용역을 발표하는 곳이 아니다"며 "실질적인 공청회가 되도록 경과보고와 한미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 순서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15분이라는 시간을 배정해 자신의 연구용역 성과를 발표하게 하는 것은 공개적인 토론이라 할 수 없다. 발표자도 한 사람의 토론자이지 우월적 지위를 누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한미FTA 개정은 앞으로 객관적 기준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제2, 3의 공청회를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