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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법인 경영개선' 속도 낸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과학적 지표로 경영진단, 개선 이끌어
과거 표준진단법 유일…100여개 지표 자체개발
세밀한 경영평가 통해 신속 정확한 개선점 파악 기대
'농업법인의 경영개선 전략' 제99차 신유통토론회 개최

조사 법인들, 재무상태 좋고 마케팅․노동생산성 낮아
주먹구구식 경험치 의존 경영서 과학적, 지적 영농으로
한국농업 발전 견인…농협․농업법인, 양대산맥 이뤄야
지원만 바라던 것에서 자생력 갖추려면 지도․교육 필요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리더십 뛰어난 느타리버섯 생산 농업법인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농업법인의 외국인노동자 의존도가 높아 영농 기계화 등 노동력 절감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지난 24일 ‘농업법인의 경영개선 전략’을 주제로 제99차 신유통토론회 제3차 강한농업조직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최장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농업법인 3곳의 경영 상태를 직접 진단한 결과를 발표했다. 농업회사법인은 각각 버섯, 한우, 낙농우를 생산한다.


세 곳 모두 재무상태는 좋았지만 노동생산성은 공통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최 교수는 “노동생산성은 노동시간보다는 종사자의 역량강화와 정보화 수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값싼 외국인노동자를 많이 쓰기 때문에 투입인력에 비해 산출이 적게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환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도 이에 대해 “법인 대표들이 기계화 등 노동력 절감 노력보다 쓰기 쉬운 외국인노동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시사한다”며 “자본을 투입하기 쉽지 않겠지만 산출에 비해 인력이 과다하게 들어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연구원의 이번 조사결과를 업계와 공유하고 경영진단시 중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현장에서 법인이 처한 경영상 애로사항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자리였다.


김동환 원장과 최장호 교수를 비롯해 김성수 (사)한국농식품6차산업협회 회장, 송정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연구실장, 박진섭 ㈜신진에너텍 대표, 이신백 (사)전국농업기술자협회 이사, 김홍태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물류센터 고문 등 연구원 및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신유통 패러다임 정립 요구 부응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농업법인의 경영개선과 관련해 경영진단 매뉴얼 개발부터 현장 적용까지 일체의 과정을 담당한다.


김동환 원장은 인사말에서 “한국농업을 이끌어가는데 농협이 한축을 담당하고, 다른 한축은 농업법인이 담당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법인에 대한 정부의 지도와 지원은 부족해 연구원이 그런 부분에 기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어 “지금까지 법인은 주로 자신의 어려운 점을 호소하고 지원을 바라기만 했다”며 “앞으로 법인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 교육하는 역할을 연구원이 맡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도매시장 위주의 재래유통시스템에서 농식품 생산의 전문화·규모화, 소비의 고급화와 다양화에 대한 요구증대, 농식품시장의 전면 개방과 외국 대형소매업체의 국내진출,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대형소매점의 확산 등 농식품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른 신유통시스템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신유통연구원은 농식품신유통시스템의 조기 구축에 뜻을 같이하는 산학관연 관계자들이 모여 1998년 설립한 단체다. 유통 및 물류의 효율을 높여 생산자를 보호하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하고 안전한 고품질 농식품을 공급할 신유통 패러다임의 정립에 힘쓰고 있다.


자체 개발 100가지 지표 따라  세밀한 경영진단
연구원의 이번 조사는 자체 개발한 100여가지 지표에 의해 경영진단이 이뤄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법인에 대한 경영진단이 거의 없었고, 농진청의 표준진단법 중심의 간략한 방법만 존재했다. 연구원은 재무적인 측면, 고객관점, 학습·리더십, 내부 프로세스 및 기술 등 네 가지 관점에서 100여개 지표를 개발했다.


최 교수는 “농업법인 경영진단 매뉴얼은 산업 내 또는 경쟁자에 비해 자기 조직이 가지는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경쟁우위를 올리는 데 근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며 “또 금융기관이나 거래처로부터 채권상환 능력, 거래처로서의 신뢰도 판정에 사용된다”고 평가했다.


김성수 한국농식품6차산업협회 회장도 “농업이든 유통이든 현장에선 주먹구구식 경험치에 의존한다”며 “선진농업이란 과학적, 지적인 영농인데 시스템 없이는 경영개선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대상인 농업법인 세 곳의 경영평점은 AA, A, B, C, D의 5단계로 나눠 구분했다. 세 곳 모두 재무상태에선 최고점을 받았지만 온라인 접근도와 마케팅활동, 노동생산성 등에선 C~D의 하위에 머물렀다.


법인 평가항목에 경영철학 크게 다뤄야
김 회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과 관련, “정부는 6차산업 시설만 만들어놓으면 제품이 팔릴 줄 아는데, 실질은 제아무리 우수한 제품도 현장에선 팔기 어렵다. 제품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이치를 관(官)은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6차인증을 위해서는 지역농산물이나 국산농산물을 50% 이상 매입해야 하는데 비용 때문에 막걸리도 수입쌀을 쓴다”며 “법인 평가항목에 경영철학을 크게 다뤘으면 좋겠다. 프랜차이즈 사고는 결과적으로 경영인의 철학 때문에 터진다. 왜 농사짓고 상품을 개발하는지, 생계유지를 위한 건지 농업발전 위한 건지 가치

관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정환 연구실장은 “기업들이 일정 규모 성장하는 시점에서 부딪히는 게 인사 관리 문제다. 이런 것들이 적절히 평가지표에 들어가서 자기경영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특히 “이상적인 툴이 만들어졌는데 현장에서 제시하는 자료들을 이 툴에 적용시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데이터 관리 방법을 소개하거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외국인노동자를 많이 쓰니 노동비가 많이 잡혀 불법고용이 적발될까봐 노동비를 아예 잡아놓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재무제표 보면 자가노동자를 쓴 것으로 돼 있다”고 동조하며 “그래서 데이터가 엉망인 경우가 많은데, 빠른 시일 내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홍태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물류센터 고문은 “재래식 농업 아이템 가지고는 경영개선이 안 된다. 김치도 기능성 김치로 차별화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면 젊은이들이 농업분야에 낄 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진섭 신진에너텍 대표는 농업경영체의 문제점이 목적의식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운영주체가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갖고 경영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영위할 목적으로 운영한다”며 기업가 정신의 부족을 지적했다.


협업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이신백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이사는 “농업문제는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농협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최근엔 지자체까지 포함해서 범정부 차원으로 협력해 해결할 생각을 해야 한다”며 “농협이나 농진청이나 자기 것만 챙기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신백 이사는 “협동조합이 많이 생기는데 농협이 맏형으로서 육성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 공룡처럼 커서 자기들끼리만 얘기하면 안 된다. aT도 가고 국회도 가서 할 소리를 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온라인 시장과 매출의 딜레마 극복이 과제
농업법인이 주목해야 할 특이점으로 유통법인과 온라인 시장의 관계가 지목된다.


최 교수는 “유통법인이 온라인 시장에 매출의 상당액을 의존하고 있지만 지나친 의존은 오히려 매출하락의 딜레마를 불러올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8560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37.6% 급증했다. 이마트 등 다른 신세계그룹 계열사들과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쓱(SSG)’의 마케팅 효과도 있었지만 지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 온라인 오픈마켓 입점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은 2011년 지마켓과 옥션을 시작으로 인터파크, 11번가, 네이버에 순차적으로 입점했다. 소셜커머스업체인 위메프와 티몬에도 들어가 있다. 현대백화점도 2012년 11번가를 시작으로 네이버쇼핑, 지마켓, 옥션에 입점해 있다. 홈플러스는 11번가, 스토업팜, 지마켓, 옥션 등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이유는 이용자가 많은 오픈마켓과 제휴를 통해 방문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유통법인의 오픈마켓 입점은 오픈마켓의 지위를 더 강화시켜 경쟁력 약화와 독자적인 온라인몰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유통시장이 온오프라인 통합 경쟁으로 가고 있어 기존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 시장을 잃고는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자적인 채널로 성장하느냐, 우선 제휴를 통해 외형을 키울 것이냐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수 회장은 “일전에 김포의 온라인만 하는 물류센터를 방문했는데, 1000억을 투자해 가동률이 30%밖에 안 되더라”며 “대기업은 온라인 물류센터 설립 등 미래지향적 투자를 했는데 농업법인은 어떻게 온라인에 접근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내년부터 농식품부, 농협, 농식품법인 등과 연계해 농업법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다양한 노력들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