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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이승호 회장 “잠바 입을까 양복 입을까 잠 설쳤다”

한미FTA개정 2차 공청회서 농축산업계 절박함 전달

농업 무너지면 복구 안돼…한두봉 “쌀은 국가 버팀목”
김홍길 한우협회장 “다 내주라, 천천히 얼어죽을테니”
우려와 불안, 불신 증폭…'제2 보완대책' 마련 요구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이 자리에 잠바(점퍼)를 입고 올까, 양복을 입을까 고민하다 어젯밤 잠을 설쳤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의 이 한 마디에 농민의 고단함과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지난 1일 한미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가 열린 자리에서다.


토론 패널로 나선 이 회장은 발언 순서가 되자 대뜸 이같이 말하며 “오늘 양복을 입고 온 것은 패널로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한미FTA 발효 이후 5년간의 중간평가를 말씀드리고 싶어서다”며 이날 토론의 핵심인 FTA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왜 지난 1차 공청회 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는지, 온 나라가 시끄럽게 공청회를 막아야 했는지 (말하고 싶었다). 또 한 번 속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0일 한미FTA 개정협상 착수를 위한 1차 공청회를 개최했었다. 하지만 시작 20여분만에 농축산단체들의 공청회장 점거로 마찰을 빚다 토론을 진행하지 못하고 중단했다.


산업부는 공청회를 유효한 것으로 보고 후속절차를 진행하려다 ‘토론 없는 공청회는 무효’라는 법조계 지적과 주위의 반대여론에 밀려 계획을 철회하고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을 토론패널로 참여시킨 가운데 2차 공청회를 개최하게 됐다.


정부측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 법률 전문가, 농축산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토론 패널 총 15명 가운데 농업계 관계자는 이승호 회장을 비롯해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 등 4명으로 지난 1차 공청회 때 전혀 자리배정을 못 받은 것과 비교할 때 정부가 토론 패널 구성에서 농축산업계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낙농업 관련 한미FTA의 효과에 대해 “미국에 이익을 줬고 미국의 유제품 수출량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TRQ(의무수입량)의 지속적 확대를 이끌었다”며 3가지로 압축했다.


그는 “작년 정부가 우유 생산량은 느는데 소비가 안 되니 생산량을 줄이라고 하더라. 이 말은 농가 수입을 줄이라는 얘기다. 수입물량으로 국내 소비 둔화된 부분을 생산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탈지․전지분유에 TRQ 5000톤 배정과 매년 복리 3% 증량 조항에 대해 ‘전례없는 협상결과’라며 사실상 관세를 철폐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미국산 유제품 수입량은 86%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2010년 21.5%에서 2015년 36.7%로 확대됐다. 우유, 치즈 수입은 각각 1874%, 324%가 증가했다. 그 결과 국산 우유 자급귤이 51.9%로 급락했다”며 “사실상 정부가 국내 낙농산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도 “축산은 99% 내줬는데 뭘 더 추가로 내 주냐. 다 내 주세요, 시간 가면 천천히 얼어 죽겠죠”라며 “농식품부는 농민을 위해 한미FTA로 농민이 손해 본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 개선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우리나라 농업 수호와 쌀의 연관성을 강조한 쌀 개방 문제도 거론됐다.


한두봉 고려대 교수는 “쌀이 무너지면 농업 전체가 무너진다. 농경지 면적 170만ha 중 쌀 면적이 80만ha다. 쌀이 2~3% 움직이면 국내 배추, 무 전체 면적이 움직이는 것과 똑같다”며 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담수기능이 있는 유일한 작목이 쌀이고, 벼 재배지 덕에 홍수조절이 된다. 우리 기후풍토와 잘 맞아 잘 생산되며 백의민족인 우리의 정통성까지 대표하고 있다”며 “국민이 쌀 1그람씩만 적게 먹으면 쌀 소비량이 5만톤 준다.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제조업은 무너지면 전환이 가능하지만 농업은 한번 무너지면 그냥 없어지는 것”이라고 쌀 개방 우려에 대해 절대적인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특히 한 교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쌀은 식량안보 기능 외에 국토와 환경보전, 기후변화 대응, 또 지역공동체 조성 등 우리 삶에 따뜻함을 준다”며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올해 한미FTA 보완대책의 종료와 관련해서도 “길어도 25년이면 완전 개방되는데 농업 대책 없이 개정협상 한다니 굉장히 불안하다. 정부는 그간 FTA 효과의 객관적 평가를 통해 농업인들을 위한 제2차 FTA 보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