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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더 내줄 것도 없다” 반발, 의심…속 타는 농민

농업계 관계자 다수 토론 패널로 참석 2차 공청회 개최
1차 때보다 안정됐지만 “개정보다 폐기” 농민의견 같아



정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했지만
농민단체 “FTA 체결로 농업은 이미 고사위기” 불신 토로
발동 기준물량 비현실적 ‘세이프가드’ 현실화 주문 ‘봇물’
낙농가 “우리는 세이프가드도 없다…TRQ도 제기능 못해”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이슈진단] 지난달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진행을 위한 제1차 공청회가 무산된 가운데 제2차 공청회가 농산업계의 우려 속에 개최됐다. 이날 농업계 참석자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대안책 제시, 자국민을 위한 주도적인 협상 진행, 폐기 카드 고려 등을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구기관 및 시민단체, 농축산업 관련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FTA 개정과 관련한 제2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공청회 직전 농수축산대책위가 ‘한미 FTA 폐기 및 개정 협상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해 긴장감을 높였다. 

농수축산대책위, “개정 아닌 폐기 카드 내밀어야”

기자회견을 통해 농수축산대책위는 “한미 FTA 개정협상이 아니라 폐기를 요구한다. 무엇보다 농업의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것은 정부나 국민 모두 동의하고 있다”며 “미국에 끌려 다니는 협상이 아니라 당당하게 중단을 선언하고 폐기 카드를 꺼내야 이번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 FTA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축산업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이미 레드라인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축산업은 전부 개방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무엇이 남아 있어 추가 개방을 논하고, 무엇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회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개정이 아닌 폐기가 맞으며, 정부가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한미 FTA 폐기 ▲개정협상 중단 ▲김현종 파면 등을 주장하며 2차 공청회마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농수축산대책위의 반발과 함께 진행된 제2차 공청회는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강성천 통상차관보는 개회사를 통해 “한미 FTA로 국내 농축산업의 피해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축산업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어디 있겠나. 오늘 공청회를 통해 나오는 의견들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FTA의 제조업, 농업 등 산업별 영향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으며,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간의 종합토론과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책임자 없는 공청회 무슨 의미
문정진 회장,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문책해야”

이진면 산업연구원 산업통계분석본부장은 한미 FTA의 제조업 영향에 대해 “한미 FTA 체결 이후 업종별로 수출입 증감률 차이는 있으나 양국 무역액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면서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상당부분 자체경쟁력 부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석호 농촌경제연구원 모형정책지원실장은 한미 FTA의 농업 영향에 대해 “한미 FTA로 인해 농수축산물 무역수지가 약화됐으며, 국내 농수축산물 가격하락으로 많은 농가들의 소득 감소 피해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또 “추가 농수축산물 시장개방 확대는 농민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공감대 역시 얻기 힘들다. 미국과 상호이익 균형을 위한 개정협상을 한다면 국내 농업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정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발표가 마무리되자, 종합 토론에 앞서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고 나서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공청회 불참을 지적했다.

문정진 회장은 “무역이익공유제 등 정부가 약속한 농축산 피해에 대한 책임과 담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차 공청회 때의 문제를 사과하고 관련 피해자들의 목소릴 반드시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이 과정에서 토론회 좌장으로 나선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의 발언이 문제가 돼 좌장 교체 요구 등 갈등을 빚었다.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김현종 본부장과 차후 별도로 자리를 마련하겠다”면서 “현재 무역이익공유제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도입 초기라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어 종합 토론이 진행됐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동복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정일정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국장,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등 총 15명의 패널이 참가했다. 

종합 토론에서는 농업 부분 관계자들은 한미 FTA 폐기 또는 우리 농업계의 현 상황을 고려한 대안이 나오거나, 농업분야를 이번 개정 협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두봉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업분야가 일자리 창출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다. 농업분야가 한미 FTA로 지속적으로 축소되거나 위축된다면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미국과 개정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농업인들의 불안감만 증폭시키는 것”이라며 “협상을 앞두고 치밀한 보안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레드라인을 지키지 못한다면 폐기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이 농업 부분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현재 개정협상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고 있다. 요청을 해도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이번에 농업분야 추가 개방을 논할 것이 분명한 가운데 우리도 사전에 한미 FTA 폐기를 위한 전담팀 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개정이 아닌 폐기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며, 통상교섭본부는 전면 개정이나 본부장 해임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 철폐 전 축산업 붕괴 조짐 

이어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폐기가 어렵다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농수축산물 세이프가드 발동 조건 등 우리나라에 불리한 것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2022년 돼지고기, 2027년 쇠고기는 관세율이 0%로 떨어질 예정인 지금 국내 축산업의 붕괴가 우려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또 “한미 FTA 폐기까지 고려하면서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한미 FTA 협상 결과 현재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농업분야는 이번 개정 협상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 FTA로 인해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진 축산업 관계자 토론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실효성 없는 세이프가드 무슨 소용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지난 5년 우리 축산 농가들은 참으로 아픈 시간이었다. 18만의 농가가 현재 8만 농가로 축소됐다”며 “농수축산물 세이프가드가 지금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30만톤이 들어와야 발동된다. 지금 현재 18만톤으로도 국내 축산 시장 전체가 어려운데 무엇을 위한 세이프가드인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김홍길 회장은 “개정협상이 진행된다면 현 수준의 관세 동결과 관세 철폐기간 재설정,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 물량 대폭 감축 등이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도 “한미 FTA 이후 미국 유제품이 2010년 4만9380톤에서 2015년 9만2238톤으로 86.8% 증가했다”며 “필수식품인 낙농품을 농산물 세이프가드 적용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농업 희생 안 시켜”

다양한 의견이 나온 가운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농업의 중요성은 이미 깊이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협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농업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다. 각 분야의 문제점을 살펴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일정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국장 역시 “현재 한미 FTA로 국내 농수축산물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FTA 이후 축산물 가격은 하락되고, 수입액은 늘고 있는 현 상황, 농가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가 있음도 알고 있다”면서 “농업 부분은 추가로 양보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농업 분야 추가 개방 불가 입장을 고수할 것”이며 “기존 농업 부분의 불합리한 점 개선 역시 고려해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통상조약 체결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할 예정으로 국회 보고가 끝나면 연말 한미 FTA 개정협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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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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