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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쌀 문제는 우리 농업 전반에 관한 문제이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실장




금년에도 정부는 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의 약 9%에 달하는 37만 톤을 시장에서 격리할 계획이다. 쌀 과잉생산에 따른 수급 불균형 문제는 2000년대 이후 계속되어 온 문제로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난제 중의 하나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쌀 산업에서는 초과수요 상황이 지속되어 품종계량, 경지정리, 기계화 등 증산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를 넘어서면서 식생활 다양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쌀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쌀은 만성적인 초과공급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정부의 수매제가 폐지되고 쌀 산업에 시장기능이 도입된 2004년 양정개혁 이후에도 구조적 과잉공급 상황이 해소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적정 시장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시장개입에도 쌀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으며 과잉생산은 심화되었다.


쌀 산업의 공급과잉 구조가 지속되는 것은 우선적으로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통상적인 상품시장에서는 과잉생산으로 인한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가격이 하락하여 생산이 감소하는데 반해 소비는 증가한다. 이러한 공급 감소와 소비 증가는 초과공급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진행되며 따라서 과잉공급 구조는 해소된다. 그렇다면 쌀 산업에서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으로는 변동직불제에 의한 농가 소득보전, 시장격리 등을 통한 정부의 잦은 시장개입이 일차적인 이유일 것이다. 직불제로 쌀값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변동직불금으로 농가는 일정수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으며 정부의 시장격리는 쌀값의 하락을 일정부분 제한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는 현재의 쌀 농가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피상적인 것이라 할 수 있고 실제로는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과잉생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농가가 벼농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논에 벼를 대체하여 재배할 수 있는 마땅한 작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화를 통한 수출주도의 경제성장, WTO 체제에 의한 무역개방으로 쌀 이외의 거의 모든 농산물의 수입이 개방되었다.


국내로 수입되는 밀, 옥수수, 콩의 수입가격은 kg당 각각 300, 200600원 수준으로 국산 가격에 비해 턱없이 낮아 농가들은 이들 작물 경작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신선도 유지 등의 이유로 수입이 제한되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원예, 과수 등도 이미 시장이 포화되어 생산량이 조금만 증가하여도 가격이 폭락하여 풍년이 들수록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또한 농가의 고령화, 농업인력 부족, 고령농에 대한 복지정책의 미흡 등도 농가들이 쌀 농업에 집착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벼농사는 농업 구조개선 과정에서 경지정리, 기계화가 상당부분 진행되어 여타 작물에 비해 쉽고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농업 인력이 고령화된 상황에서 기계화 정도가 낮아 인력이 많이 필요한 작물은 비록 소득이 높다하여도 작목 전환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령 농업인에 대한 복지정책 미비도 벼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 당장의 생활비를 마련해야하는 다수의 고령 농업인은 쌀값 하락에 따른 소득감소를 벼농사 확대를 통해 보충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업 재원 및 정책이 쌀에 집중되는 것도 쌀 과잉생산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켰다. 과잉생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수의 농가가 벼농사에 종사하면서 사회적, 정치적으로 쌀의 중요성이 높아져 정책과 재원이 쌀에 편중되었으며 이러한 편중이 생산과잉을 더욱 부채질하여 왔다.


이상과 같이 쌀의 과잉생산은 쌀 산업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수입개방에 따른 경쟁심화, 농가의 고령화 및 미흡한 복지정책 등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집약되어 나타난 것일 뿐만 아니라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정책과도 관련된 문제이다.


쌀 전업농 육성, 생산조정제,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 등 이제까지 쌀 산업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쌀의 과잉생산 구조가 지속되는 이유도 쌀 산업만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쌀 산업의 당면 과제인 쌀 생산조정제, 목표가격 재설정, 직불제 개선 등도 쌀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농업 전반에 대한 문제를 동시에 고려했을 때만 지속가능한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