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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송년특집]사면초과 '쌀' 해외로 눈을 돌려라!

농민 스스로 미국 수출길 개척, 충남쌀수출조합
‘자생력’ 갖추려고…달콤한 도움 손길 뿌리쳐
12월 14일 두 번째 미국 수출 ‘백제미’ 선적

현지 마트 주력 매달 50톤씩 정기 납품 ‘시동’

‘반품’ 쌀은 ‘뻥튀기’ 가공식품 제조…품질 유지
이용선 미국 현지법인 대표…“홍보, 판매 책임”
1년 정식 계약 후 정부․지자체 도움 요청 계획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충남쌀수출조합(이사장 이은만)은 미국으로 수출할 두 번째 쌀 물량을 선적함으로써 2017년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지난 14일 충남 서산 고북면의 영농법인 ㈜새들만에서 만난 임종완 충남쌀수출조합 이사의 표정은 밝다못해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정부나 지자체, 농협의 지원 한푼 받지 않고 오로지 농민 스스로 미국 시장을 개척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충남쌀전업농 회원들이 모여 만든 충남쌀수출조합은 자체적으로 미국 현지 시장을 뚫어 9월 쌀 54톤을 첫 수출하고 이달부터 매달 50톤씩 정기적인 쌀 수출을 이어간다. 두 번째 물량을 선박에 실은 2017년 12월 14일, 지금까지 국내 쌀 수출이 1회성으로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역사적이자 기념비적인 날이다.



‘1회성’ 현지 인식 개선이 과제



“거절했어요. 농식품부, 농협, 도청에서 지원해 준다고 연락해 왔더라고요.”


쌀 농사만 지어오던 농민이 유통을 알까, 판로개척을 알까. 더구나 한국도 아닌 미국이라 검역, 관세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도움의 손길을 단칼에 거절한 것 또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지자체, 농협을 끼고(도움을 받아) 수출 한 번 하고 나면 계속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수출을 이어가지 못해요. 지자체, 농협이 빠지면 농민은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당연히 수출도 중단되지요.”


임종완 이사는 미국 수출길 개척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주저앉고 ‘이미지(인상)’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한국 쌀 수출은 지자체나 농협에서 한두 번 도와주고 끝나 1회성 홍보행사라는 인식이 현지에 퍼져 있어서였다. 따라서 현지인들은 ‘한국 쌀은 덤핑이 끝난 다음 비싸게 값을 올린다’고들 생각하고 있다고.


그래서 임 이사를 비롯한 충남쌀수출조합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수출길을 개척해야 영속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시장 장악도 노려볼 수 있고 말이다.


“미국한인협회에서도 지원해 준다는 걸 거절해 말다툼도 했어요. 국내든 어디든 돈을 받으면 이래라저래라 간섭 받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해요. 우리가 어느 정도 길 닦아 놓고 실적을 내면 그때 하라고 미뤘지요.”


주위에선 “위험하다”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결국 충남쌀수출조합은 미국 현지인을 고객으로 하는 유통기업 및 마트들과 정식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임 이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농식품부 과장으로부터 “먹고 살만한 사람이 왜 어려운 일을 하느냐”고 걱정 섞인 핀잔까지 들었다.



1㎏짜리 소포장 ‘인기’
충남 ‘백제미’는 미국 한인마트에서도 판매되지만 주요 납품처는 현지인 상대 유통업체다. 가주, 시온, 갤러리아 등 3개 마트에 납품하며, 월마트, 코스트코와도 마지막 협상 중에 있다. 한달에 컨테이너 3대는 계속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한인보다 로컬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이 좋기 때문. 한인마트보다 미국마트에 내놓으면 1.5~2배가량 높게 팔린다. 납품물량이 제한적이고 결재가 불확실하다는 한인시장의 단점도 작용했다. 주로 2파운드짜리(약 1㎏) 소포장 상품이 인기가 좋다.


임 이사를 비롯해 이은만 이사장, 이창기 이사(㈜새들만 대표), 조동찬 이사 등 조합 임원진은 9월 로스앤젤레스 한인축제에서 열흘 동안 홍보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밥솥을 갖고 가 7개 품종의 쌀로 직접 밥을 지어 시식을 시키니 사람들이 ‘밥맛’과 ‘밥향’이 좋다며 극찬한 게 바로 ‘백제미’다. 일단 품질은 인정받은 셈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숨겨진 ‘카드’가 있다. 바로 미국마트에 없는 ‘반품’ 시스템을 도입한 것. 한국에서 어제 도정한 백제미를 오늘 배에 실어 보내면 미국 마트에 도달하기까지 15일 정도 걸린다. 이것을 소비자가 샀다가 유통기한인 3개월만 넘기지 않고 반품하면 모두 환불해 주기로 했다.


반품된 쌀은 미국 현지법인 HIS 그룹 이용선 대표가 책임진다. 일명 ‘뻥튀기’를 튀겨 쌀 가공식품을 만들어 내다 파는 것이다. 쌀 품질도 지키고 수익도 낼 수 있는 일거양득인 셈. 현지 날씨가 상당히 덥고 건조해 쌀이 상할 우려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쌀은 수분을 많이 함유해 유통기한을 미국측 권고기간보다 짧게 설정해 품질 유지를 도모했다.


HACCP 인증…기계 100대 추가 계획

이용선 대표는 본래 20년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닭꼬치, 견과류, 세제 등 간식류와 생활필수품 등을 유통하는 HIS 그룹을 운영해 왔다. 이번에 충남쌀조합과 인연을 맺어 새 사업 품목에 쌀을 포함시켰다.


이은만 이사장이며 임종완 이사는 이 대표와는 처음부터 아는 사이가 아니다. 미국 수출을 위해 이것저것 길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인연이 닿은 것. 쌀 품질 확보와 미국 현지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뻥튀기’를 떠올렸고, 제조와 유통, 나아가 현지 홍보와 판매까지 책임질 사람을 수소문해 찾아냈다고 한다.


“10월 로스앤젤레스 한인의 날 행사에 기계를 두 대 놓고 뻥튀기를 튀겨 먹였어요. 아,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오히려 쌀보다 뻥튀기의 인기가 더 높지 않을까 할 정도로.”


미국도 뻥튀기가 있긴 하다. 인조미로 튀기는데, 단 성분이 많고 우리 쌀로 튀긴 뻥튀기보다 고소함과 담백한 맛이 덜하다. 씹을 때 이에 붙지도 않아 편리하다. 15개들이 3.99달러로 가격경쟁력도 좋다. 이 대표는 단박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에 한창 불고 있는 웰빙바람을 타고 ‘백제미 뻥튀기’의 인기가 상한가를 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니, 벌써 뻥튀기의 인기가 쌀을 앞지르고 있는 듯하다.


“월마트 LA지사가 뻥튀기 평가 결과가 좋다는 답변을 해 왔어요. 마트에서 뻥튀기를 직접 만들겠다고 기계를 살 수 있냐고 문의까지 들어와요.”


기계를 빌려달라는 요구에 우리 쌀을 원료로 사용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또 쌀 포장지에 뻥튀기에 사용된 재료라고 표기해 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


식품이라 힘든 점도 있지만 HACCP 인증도 통과했고 공장도 가동을 시작했다. 기계가 현재 8대 있는데 조만간 10대를 추가로 들여놓고 나중엔 1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안정화되기까지 1년은 걸리겠죠. 아이 영양간식에 대한 관심도 높고 다이어트 열풍도 불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봐요. 쌀 가공식품도 잘 팔려야겠지만 어디까지나 충남조합의 목표는 쌀 수출인만큼 ‘백제미’를 미국 시장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aT 한기수 팀장 “지원방법 찾는 중”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 모든 지원의 손길을 뿌리친만큼 수출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조합 내부에서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수출 진행시 민간이 통관절차를 이행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류비, 포장비, 홍보비도 막대하게 든다.


쌀 원가를 16만5000원~17만원선으로 정해 놓아 지금으로선 물류비 등을 제하고 마진이 좋은 편이지만 국내 쌀값이 계속 상승중(12월 5일 80㎏ 한가마당 15만4968원)이라 적자를 볼 수 있다는 계산도 해야 한다. 그래서 농식품부 등에 지원을 요청할 시간을 그리 멀지 않게 잡고 있다. 쌀에서 보는 마이너스를 뻥튀기로 충당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


임 이사는 “1월 중순 미국 거래처들과 1년 계약서를 작성해 농식품부, aT, 시·도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출물량 선적식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한기수 수출유통부 팀장도 함께했다.


한 팀장은 “키로당 얼마, 배로 갈 때 얼마, 항공으로 갈 땐 얼마 식으로 농식품부와 매년 신선농산물의 한해 표준물류비 지원금을 협의해 산정한다. 현재 충남쌀수출조합을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