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후변화, 식량위기 그리고 농업 ③ 김준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 인터뷰] 농업분야 기상이변, 예방 차원 능동적 대처해야
[기획-기후변화, 식량위기 그리고 농업 ③ 김준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 인터뷰] 농업분야 기상이변, 예방 차원 능동적 대처해야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9.18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벼 여물 땐 고온 취약…고온저항성 품종개발 필요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최근 들녘에서는 쓰러진 벼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례적으로 50일이 넘는 긴 장마 탓에 일조가 충분하지 않아 생육도 부진한 마당에 이달 초까지 총 세 차례의 태풍이 논밭을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변화 위기가 지속되면서 그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농업 중 식량 부분은 어떠한 변화가 예상되는지 김준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 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준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 연구사
김준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과 연구사

-기후변화가 식량작물에 주는 영향은.

꾸준히 쟁점거리가 되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벼 등 식량작물은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까지 전반적인 기온 상승에 따라 식량작물이 고온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벼의 경우 생육 기간에 나타나는 고온 현상은 견딜 수 있지만, 이삭이 여무는 시기인 등숙기에는 특히 고온이 지속되면 불임이 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기온이 점차 올라가는 기후변화는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2018년과 같이 이상 고온과 가뭄이 동반되거나, 올해처럼 50일 이상 장마가 발생하는 등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나는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다. 

-재배 적지가 변할 수 있다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점에 주산지 북상 등 재배적지 변화가 줄곧 언급된다. 이는 특히 사과 등 과수에서 많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한번 재배하기 시작하면 십수년을 한 자리에서 재배해야 하므로 재배적지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반면에 벼는 일년생 작물이고, 대부분 우리나라 전 국토에서 재배할 수 있어 재배적지 변화에 따른 문제가 크지 않다. 또한, 재배 지역 내에서도 작기 이동을 통해 일정 부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생산량·품질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과 품질저하는 일차적으로 앞서 밝힌 ‘온도’와 크게 연관돼 있다. 고온에서 먼저 반응해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품질인데,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품질이 먼저 감소하게 된다.

벼의 등숙기 적온은 22℃ 정도인데, 우리나라 품종은 등숙기 평균 온도가 27℃보다 높아지게 되면 명확하게 품질이 떨어진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점점 품질이 떨어지다가 27℃ 이상에서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감소한다. 

이렇게 품질이 떨어지는 데는 쌀을 이루는 주요 성분인 전분이 정상적으로 축적되지 않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 불투명한 쌀알이 전분 축적이 좋지 못한 쌀이고, 이 쌀은 식미가 확연하게 떨어진다. 전분이 덜 축적되면 쌀알이 가벼워져 자연스럽게 수량 감소로도 이어진다.

-대응책에는 무엇이 있나.

농업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 등 양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품종개발의 목표는 ‘고온저항성’으로, 고온에 의해 벼가 익는 것이 불량해지는 경우를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품종개발은 많은 설비와 시간이 필요해 현재는 기존 품종 중에서 고온에 의한 품질저하가 적은 품종을 찾아내어 활용토록 하고 있다.

또한, 재배시기 조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벼는 이미 표준이앙기가 2005년경 변경됐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10~15일가량 이앙시기가 늦춰진 곳도 있다. 즉, 점진적으로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벼가 익는 시기에 고온을 회피하려는 방법으로 이앙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에 앞으로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2018년의 고온과 가뭄, 지난해와 올해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태풍 등 기존과는 다른 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누적되고 있다. 이제는 관행적인 재배 형태가 아니라 이런 기상 현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병해충을 예찰한다고 하듯, 농업분야에 발생할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미리 관찰해서 발생을 막아야 한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도 예방 차원의 연구개발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